"어디 진짜 멜로영화 없나요?", "절절한 멜로를 하고 싶은데 시나리오가 없어요."
한국 멜로 영화의 부진은 올해 극장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극장가에 멜로영화의 부진 현상이 눈에 띈다.
멜로영화는 현 영화계에서 실질적으로 제작사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다. 기복이 있었지만 '추격자' 이후 불어닥친 스릴러 장르 열풍, 그리고 2011년을 강타한 코믹물에 대한 인기 등은 멜로물의 약화를 직간접적으로 증명한다. 현재 멜로물이 살아남는 법은 코미디와의 결합, 즉 로맨틱코미디 부류인 듯 하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녹록치 않는데 올 하반기 야심차게 선보인 로맨틱코미디 영화들 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손예진, 이민기 주연 '오싹한 연애' 정도다. '너는 펫', '티끌모아 로맨스', '커플즈' 등은 톱스타와 참신한 소재 등에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사정이 이러하니, '로코퀸'은 있어도 '멜로퀸'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올해 정통 멜로, 즉 '최루성'이라 불리는 눈물 쏙 빼는 멜로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나마 현빈, 탕웨이 주연 '만추', 소지섭, 한효주 주연 '오직 그대만' 정도가 명맥을 유지한 정도라 하겠다. 가을에는 멜로영화란 공식도 사라진 지 오래다.
왜 그럴까? 우선 멜로물은 시청자들이 너무나 쉽게 접하고, 더 재미있는 드라마와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TV만 틀면 손쉽게 볼 수 있고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드라마들이 즐비한데, 이를 굳이 돈을 지불하고 극장까지 찾지 않는다는 것. 영화 '써니'는 이런 드라마 막장 코드에 중독된 한국 대중의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해 눈길을 끌기도.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랑'을 진짜 사랑으로 만드는 기적같은 감동 이야기는 '인간극장' 같은 다큐물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멜로부진의 또 다른 모습은 배우들은 찾는데, 관객들은 외면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영화계의 굵직한 톱배우들이 가장 해 보고 싶은 장르를 물으면 '멜로'를 꼽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청춘스타를 넘어선 중견 배우들에게서 더욱 강한데, 그 만큼 더욱 깊이 있는 멜로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멜로물에 대한 로망 때문이다.
한 인기 영화배우를 보유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배우가 멜로 영화를 하고 싶다고 찾아달라고 하는데, 스릴러나 액션, 코믹드라마가 돌고 있는 시나리오 중 대부분이지 멜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마저도 다수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옴니버스 구성이 아닌 남녀 둘이 등장해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멜로는 눈을 씻고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다른 영화 제작 관계자는 "멜로물도 점점 흥행 무리수가 되어가는 듯 하다. 확실히 관객들이 복고 감성, 최루탄 영화를 원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제작되는 작품들이 그런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 정말 새롭고 잘 만든 멜로물이 아니고서는 경쟁력이 없다. 펑펑 울게 하지 못하려면 멜로치정극인 '해피엔드' 같은,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파격이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멜로를 꿈꾸는 배우들은 멜로 영화 전성기였던 10여년 전의 모습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접속', '편지' 등은 물론이고 '아는 여자', '사랑니', '내 머릿속의 지우개' 같았던 가슴 뛰는 멜로물은 하지만 이미 역사 속의 한 페이지가 된 듯 하다. 스타급 배우들과 다양한 소재를 내세운 멜로 영화들이 대거 부진한 흥행 성적을 거두며 제작 편수가 기울어진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올 영화계를 보면 확실히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웃음과 드라마를 찾길 바라는 듯 하다. 온갖 영상물최루탄 멜로는 아직까지 2005년작 황정민, 전도연 주연 '너는 내 운명'을 뛰어넘는 작품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멜로물의 하나의 과도기일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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