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목숨이라고 불리는 프로야구 감독직에 앉은 지 불과 2달 밖에 되지 않은 초보 감독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은 의외의 결정이었다.
김기태(42, LG 트윈스) 감독이 FA로 팀을 옮긴 송신영(35, 한화)과 이택근(31, 넥센)의 보상 선수로 즉시 전력감이 아닌 유망주 나성용(23, 포수)과 윤지웅(23, 좌완투수)를 선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FA 보상 기준 가운데 '전 소속 구단의 직전 시즌 참가활동 보수의 200%와 구단이 정한 20명의 선수 이외의 1명으로 보상해야 한다. 단, 전 소속구단이 선수에 의한 보상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FA 선수의 전 소속구단의 직전 시즌 참가활동보수의 300%로 선수에 의한 보상을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LG는 현금 대신 보상선수로 나성용과 윤지웅을 각각 지명했다.

물론 이번 선택까지는 LG 운영팀과 코칭 스태프 회의가 있었다. 보통 보상 선수 영입 또는 트레이드를 놓고 현장과 프런트가 협의해 최종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
그렇다면 김기태 감독은 왜 즉시 전력이 아닌 유망주를 택한 것일까.
▲내가 아니더라도 LG를 위한 선택
김 감독은 지난 10월 14일 박종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LG 감독이 됐다. LG에서 그에게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지난 9년 동안 가을야구와 멀어진 LG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라는 것이다.
LG는 지난 2002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감독직의 무덤이 됐다. 김기태 감독 스스로도 "누가 LG 감독을 가리켜 독이든 성배라고 말하더라. 나도 잘 안다"고 말할 정도다. 그 말은 당장 내년에 성적을 내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야 감독직을 보장받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보상선수로 나성용과 윤지웅을 결정한 직후 OSEN과 전화통화를 한 김기태 감독은 "한화와 넥센의 명단을 받았을 때 내년 시즌 우리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즉시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당장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생각한 결정이었다. 내가 LG 감독으로 있을 때 성적이 나는 것도 좋지만 그 이후에라도 좋은 선수가 있어야 팀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주전 3인방을 떠나 보낸 것까지도 가슴으로 품다
김 감독은 보상선수를 얻기 전 큰 일을 겪었다. 올 시즌 팀을 지켰던 주전 선수 3명이 FA계약으로 팀을 떠나며 당장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감독도 "나도 사람이라서 그런지 송신영, 이택근에 이어 조인성마저 떠나니깐 잠시 동안은 머리가 아프더라"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 가운데는 김기태 감독에게 "감독님 우승하는데 도와드리겠다"고 말했지만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이후 그 선수의 전화를 받고 "같이 우승하자면서 떠나버렸다"고 농을 던진 뒤 "새로운 팀에서 잘 하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마음을 잡고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자기 선수들에게 애정을 쏟고 남의 선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외부 FA 영입을 해오겠다는 프런트에게 정중히 사양하며 내부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기태 감독도 당장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그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을 통해 그는 선수들에게 내년에는 변화된 LG를 팬들에게 보여주자고 이야기했다. 선수 욕심은 있다. 김 감독은 "나도 사람이다. 감독이다. 왜 선수 욕심이 없겠냐"고 반문하면서도 "지금 LG는 선수들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LG가 나성용과 윤지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평가는 아직 할 수가 없다. 일단 내년 시즌 성적이 나와야 하고 이들이 앞으로 팀의 주전 선수급으로 성장해야만 김기태 감독의 결정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한 결정을 했다는 점은 김기태 감독의 야구관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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