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타자 이승엽'.
9년 만에 한국프로야구에 복귀한 '라이언킹' 이승엽(35)이 내년 시즌 삼성 라이온즈 3번 타자를 맡는다.
5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삼성과 입단 기자회견을 갖고 총액 11억원(연봉 8억원, 옵션 3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한 이승엽은 아직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고 팀 훈련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류중일(48) 삼성 감독은 아직 정식 유니폼도 입지 않은 이승엽을 가리켜 "내년 시즌 붙박이 3번타자다"라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이승엽은 왜 4번타자가 아닌 3번타자냐는 것이다.
▲이승엽, 최형우보다 컨텍 능력에서 앞선다
먼저 야구는 1번부터 9번타자가 있다. 타순을 짜는 데 정답은 없지만 오랜 시간 수많은 감독들과 타격 코치들은 나름대로 노하우를 적립해 타순과 관련 일반적인 원칙을 만들었다.
일단 라인업에서 모든 타자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다. 1,2번은 테이블세터라고 해서 3,4,5번 클린업 트리오가 타점을 올릴 수 있도록 '식탁'을 차려 놓아야 한다. 클린업 트리오 중에서도 보통 3번은 정교함과 파워를 갖춘 선수, 4번은 파워가 더 뛰어난 선수, 5번은 3번에 비해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파워도 갖추고 찬스에 강한 타자가 나선다.
이승엽의 타격 스타일을 보자. 파워가 뛰어나지만 정교함까지 갖췄다. 물론 이승엽이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타율이 2할1리였다는 점을 가지고 정교함을 이야기하긴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통산 타율을 놓고 볼 때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에서 3할5리로 최형우(2할9푼7리)보다 높다. 최형우는 올해 3할4푼을 쳤지만 처음으로 3할을 돌파한 점에 비춰볼 때 이승엽의 컨택트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3번 타자는 그 팀에서 가장 정교한 컨택트 능력과 파워까지 갖춰야 한다"면서 "이승엽이 최형우보다 컨택트 능력이 더 좋고 최형우는 컨택트 능력보다 파워가 더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4번 최형우의 존재감
올 시즌 삼성 타선을 보면 '홈런왕' 최형우(28)가 붙박이 4번 타자였다. 3번은 박석민과 채태인이 상대 투수에 따라 번갈아 나오곤 했다. 덕분에 삼성은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챔피언, 그리고 아시아시리즈에서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선 최형우가 중요한 순간마다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이승엽이 여전히 좋은 타자지만 최형우가 올 시즌 홈런왕에 올랐다. 이승엽은 30대 중반이다. 최형우는 이제 20대 후반으로 타자로서 물이 오를 때다. 이제는 이승엽이 최형우를 서포트하는 위치가 됐다. 최형우가 삼성 타선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에게 익숙한 3번 타순
중요한 것은 이승엽은 4번타자보다 3번타자에 더 익숙하다는 점이다. 지난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은 2003시즌 종료 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주로 3번 타자로 나섰다.
이승엽이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릴 때를 보자. 당시 삼성에는 양준혁, 김기태, 마해영, 여기에 외국인 타자 스미스까지 4번에 뒷받침하며 이승엽이 홈런왕에 오를 수 있었다. 이승엽 만큼이나 파워가 뛰어난 타자가 그 뒤에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면서 이승엽에게는 타점을 올릴 기회가 더 많이 생긴 것이다.
이 위원은 "이승엽은 일본에 가기 전에도 3번을 많이 쳤다"면서 "아마도 3번타자가 더 익숙할 것이다. 반면 최형우는 3번을 친 적이 거의 없다. 만약 이승엽이 4번으로 갈 경우 중심 타선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승엽이 3번 치는 것이 최형우와 이승엽 모두가 힘을 내는 길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내년 시즌 구체적인 타순과 포지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승엽은 지난 5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나는 선수일 뿐 타순에 대한 권한은 감독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3번을 맡으라고 하시면 잘 하고 싶다. 사실 떠나기 전에 3번을 쳤기 때문에 가장 편하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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