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일 만의 복귀전. 전성기 모습은 아니었지만 감각은 살아있었다.
'천재가드' 김승현(33·178cm)이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컴백했다. 김승현은 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홈경기에 전격 출전했다. 지난 2일 김동욱과 맞트레이드 돼 고양 오리온스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승현은 지리한 법정 공방을 끝내고 꿈에 그리던 코트로 돌아왔다. 이적 후 5일 만이었던 이날 전격적으로 경기 엔트리에 포함돼 출전했다.
김승현의 마지막 출전은 2010년 3월6일.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고 전자랜드를 상대로 한 원정경기였다. 김승현은 18분59초를 뛰며 3점슛2개 포함 19점 4어시스트로 팀의 84-83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1년9개월, 날수로는 641일만의 경기. 경기 전 김승현은 "몸 상태는 80%"라며 "쉬는 동안 매일 농구하고 싶었다. 내 임무는 득점이 아닌 동료들을 살려주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현은 1쿼터 종료 3분2초 전 김상준 감독의 콜을 받았다. 이시준과 교체돼 코트에 등장한 김승현은 베이스라인에서 이병석에게 첫 패스를 뿌리며 641일 만의 복귀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진 수비에서 전자랜드 가드 임효성에게 돌파를 허용하며 수비에서 먼저 뚫렸다.
이어 공을 운반하고 하프라인을 넘는 과정에서 임효성의 밀착수비에 당하며 공을 흘려 8초 바이얼레이션으로 턴오버를 저질렀다. 김승현의 복귀 첫 기록이 나온 순간. 김승현이 투입될 때만 하더라도 삼성이 12-11로 리드했지만, 김승현이 나온 후 오히려 14-19로 역전당했다. 김승현도 몸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2쿼터 다시 투입된 김승현은 첫 공격에서 이승준과 2대2 플레이를 시도했다. 그러다 순간 상대 수비의 틈을 놓치지 않고 탑에 위치한 우승연을 발견했다. 김승현의 패스를 받은 우승연이 3점슛을 꽂아넣으며 복귀전 첫 어시스트가 기록됐다. 이어 8분25초께 이승준의 스크린을 받고 골밑으로 진입한 뒤 스쿱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너무 높게 띄운 공은 림을 맞고 튕겨나갔다.
스스로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김승현은 7분19초께 박대남과 교체돼 벤치로 들어갔다. 2쿼터 종료 2분13초 전 다시 등장한 심승현은 특유의 패스를 선보였다. 종료 33.2초 전 골밑에 위치한 이승준을 향해 공중으로 직선 패스를 찔렀다. 전자랜드 수비를 한 번에 뚫은 킬 패스. 이승준이 아주 쉽게 골밑슛으로 연결시켰다.
3쿼터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 김승현은 이시준이 부상당한 3쿼터 종료 1분2초를 남기고 다시 투입됐다. 이승준과 픽앤롤 플레이를 통해 바운드 패스로 멋진 덩크를 이끌어낸 김승현은 4쿼터 첫 공격에도 골밑 컷인하며 들어오는 이승준에게 노룩 패스로 덩크슛을 만들어냈다.
이어 속공 상황에서도 트레일러로 따라오던 이승준에게 패스를 연결하며 상대 파울까지 유도했다. 4쿼터 김승현은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삼성은 전자랜드에게 무더기 3점슛을 맞고 72-88 패배를 당했다. 구단 사상 최다 11연패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김승현의 복귀전 성적은 18분53초 무득점 6어시스트 2리바운드. 야투 시도는 단 하나였다. 우려한 대로 수비에서 임효성과 정병국의 빠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2년 공백을 실감한 대목. 하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패스 감각 만큼은 여전했다. 특히 이승준과 콤비네이션이 볼 만했다. 코트 반대편을 바라보고 찔러주는 시야도 여전했다. 공백을 실감한 만큼 가능성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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