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스트 손시헌' 허경민, "관중 환호 듣고싶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08 10: 09

"10년 후 후계자라. 저는 (허)경민이요. 공-수 모두 능하고 발도 빠르고. 저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입니다".
두산 베어스 주전 유격수 손시헌(31)은 올해 초 일본 전지훈련서 '10년 후 자신의 뒤를 이을 만한 유망주'라는 팬의 질문에 주저 없이 군 복무 중이던 한 후배를 지목했다. 그리고 그 후배는 선배에 대한 감사함을 가슴에 품고 야구에 매진하며 현재 1군 선수로도 손색 없다는 팀 내 평가를 받고 있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두산에 복귀한 허경민(21)이 그 주인공이다.
2009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차 1순위로 입단한 허경민은 고교 시절 안정된 수비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동기생인 서울고 안치홍(KIA), 경기고 오지환(LG)이 타격으로 주목을 받았고 경북고 김상수(삼성)가 탁월한 주루 플레이로 아마추어 야구계 이슈메이커가 되었다면 허경민은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된 수비력으로 현장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2008년 캐나다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 당시 대표팀 주전 유격수는 허경민이었다.

절친한 친구들이 타 팀에서 1군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사이 허경민은 일찍 군복무를 택했다. 그리고 올 시즌 허경민은 2군 북부리그서 98경기 3할3푼2리 1홈런 65타점 39도루로 맹활약했다. 43개의 사사구를 얻는 동안 삼진은 단 8개에 불과, 이미 볼을 골라내는 능력에서는 2군 레벨을 뛰어넘은 유망주다.
"2년 동안 출장 기회를 꾸준히 얻으면서 자신감도 쌓였고 경기 감각도 정말 좋아졌어요. 유승안 감독께서 믿어주신 덕택에 기회를 많이 얻고 그래서 제가 펼쳐야 할 플레이에서 과감한 시도도 해볼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5월 하순 경 경찰청 경기를 보러 갔을 당시 허경민은 단 한 개의 삼진도 당하지 않았었다. '무삼진 타자'라는 이야기에 수줍게 웃었던 허경민에게 그 때 이야기를 꺼내자 "저 그날 시즌 첫 삼진 당했어요"라는 답이 나왔다. 살짝 미안해지려는 찰나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 때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바로 그 날 경기서 삼진을 당했어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그래도 무삼진 행진이 끝나니 아쉽기는 하더라고요.(웃음) 타석에 서는 순간 집중력을 최대한 높이고자 노력했고 그래서 올해 삼진을 8개 밖에 당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송재박 2군 감독은 허경민에 대해 "타격에 약점이 없는 유망주"라며 극찬했다. 실제로 허경민은 파나마 야구월드컵에 참가한 뒤 10월 19일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후발대로 합류, 21타수 7안타(3할3푼3리) 2타점 1도루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일본 프로리그 1군 주전으로 출장하는 선수들도 종종 나서는 리그였던 만큼 단순한 3할 타율은 아니었다. 송 감독의 이야기를 전하자 허경민은 "그저 일본에서 결과가 좋게 나와서 잘 봐주신 것 같아요"라며 겸손하게 손사래를 쳤다.
연초 손시헌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한 데 대해 허경민은 "예, 그 때 정말 기뻤어요"라며 또 한 번 웃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우상으로 생각했던 팀 선배의 호평은 유망주의 야구 열정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그걸 보고 부모님께 가장 먼저 말씀드렸더니 정말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제가 중학교 시절부터 존경했던 선배가 손시헌 선배거든요. 선배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 면에서 확실히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손시헌 선배의 뒤를 잇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해야 하니까요".
데뷔 당시부터 지금까지 허경민은 1군에서 기회를 얻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의 좋은 활약에 기뻐했다. 동기생들이 부럽지 않았는지에 대해 묻자 허경민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김)상수, (오)지환이, (안)치홍이 모두 경기에 많이 나오면서 정말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보니 너무 부럽지요. 군에 있을 때도 그 친구들 경기는 다 지켜봤거든요. 그러면서 저는 친구들을 따라가는 입장이 되었네요. 지금 12월은 제게 휴식기가 아니라 준비기간입니다. 선배들과 비교하기는 아직도 부족하니 일단 더욱 열심히 하면서 그 수준에 맞추고 싶어요".
3시즌 동안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대신 허경민은 군필이라는 장점을 얻었다. 또한 먼저 1군을 경험한 세 친구들은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반면 허경민은 아직 신인왕 자격이 유효하다. 허경민은 자신이 다음 시즌 어떻게 성장해야 할 지 잘 알고 있었다.
"데뷔 시즌부터 항상 이야기했던 것이 신인왕이었잖아요. 아직도 유효하니까요. 일단 지금 제 목표는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입니다.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도열해 제 이름이 크게 불리워질 때. 그 때 관중들이 큰 소리로 환호해주시는 것. 그 느낌을 경험하고 싶어요". 여전히 소년의 풋풋함을 지닌 허경민이었으나 이야기를 맺는 순간 만큼은 '야심찬' 차세대 명품 유격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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