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경질, 축구협회 '자충수'인 이유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12.08 07: 57

대한축구협회가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경질이라는 최악의 수를 두었다. 이제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가 되고 말았다.
조광래 감독은 진주에 머물고 있던 지난 6일 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전화로 해임 통보를 받고 전격 경질됐다. 7일에는 서울에서 황보관 협회 기술위원장과 만나 직접 사실을 접수했다.
공백이 생긴 만큼 조만간 협회는 후임 감독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몇몇 감독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 참가 중이다. 3승 1무 1패로 B조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내년 2월 29일 열릴 쿠웨이트와 최종전에서 패할 경우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만약 레바논이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승리 혹은 무승부를 거둘 경우 한국은 쿠웨이트에 패할 경우 승점에서 밀려 3위가 되기 때문.
1위이면서도 안심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직을 맡는다고 선뜻 나설 감독이 있을지가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 쿠웨이트전만 치르고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독이 든 성배다.
해당 감독이 최종예선에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신임 대표팀 감독은 잘 해봐야 본전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J리그서 10위에 그친 시미즈 S-펄스의 압신 고트비 감독이 외국인이고 한국 축구를 잘 안다는 이유로 물망에 올랐을 수도 있다.
조광래 감독은 많은 비난을 받았어도 대표팀을 조 1위로 이끌고 있었다. 만약 최종예선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조광래 감독이 책임을 지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게 순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만약 후임 감독이 쿠웨이트전에 패배, 대표팀이 최종예선행에 실패했음에도 후임 감독이 단 1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라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이 경우 쿠웨이트전에 나선 감독은 전임 감독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협회는 조광래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아 불안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 조광래 감독을 경질시켰기 때문. 조광래 감독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이미 책임을 진 셈이다.
결국 대표팀이 쿠웨이트에 패배해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에는 협회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다면 자신이 지는 것이 도리다. 결국 협회는 자충수라는 최악의 수를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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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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