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상파TV 결산 ③]안방극장, 주연보다 빛난 명품조연
OSEN 장창환 기자
발행 2011.12.08 09: 19

주연배우가 드라마를 이끌어 오던 시대는 저물고 ‘명품 조연’의 연기가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2011년 안방극장은 톱 주연보다는 주조연급 연기자들의 활약이 빛난 한해였다. 작년 '제빵왕 김탁구'처럼 시청률 50%를 웃도는 작품은 없었지만, 이들 조연군단의 열연에 힘입어 방송 3사 드라마는 어느 정도 선방한 분위기다. 주연보다도 빛났던 이들 명품조연의 연기는 어땠을까.
KBS 2TV '공주의 남자' 홍수현

KBS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손꼽히는 '공주의 남자'에서 홍수현은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며 팔색조 연기를 펼쳤다. 극 중 경혜공주로 분한 홍수현은 초반에는 다소 철없고 차가운 조선시대 '차도녀'의 모습을 보였다. 이랬던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를 내치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김영철 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석고대죄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자신의 지아비 정종(이민호 분)에게 무심한 듯 드러내는 애정표현이 귀엽기도 혹은 애절해 보이기도 했다. 특히 극 초반 주연 문채원(세령 역)이 연기력으로 논란을 빚고 있을 때 베테랑 홍수연의 연기를 본 시청자는 ‘주연보다 안정된 연기를 한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MBC '미스 리플리', '지고는 못살아' 김정태
김정태는 올해 가장 핫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특유의 능청스러운 감초연기로 얼굴을 알렸지만,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모습을 비추며 예능감까지 뽐내 드라마 섭외 1순위로 꼽혔다.'1박2일' 이후 첫 작품이 바로 '미스 리플리'다.
지난 7월 종영한 '미스 리플리'에서 김정태는 탐욕스럽고, 음흉하고, 간교하며 돈 되는 일이라면 못하는 짓이 없는 야비한 인물인 히라야마로 분했다. 중반부터 얼굴을 비친 '미친 존재감' 김정태의 열연에 시청자는 제작진에 김정태의 분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제작진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 김정태의 분량을 더 늘어났다. 그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주연인 김승우-이다해보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미스 리플리' 종영 이후 '지고는 못살아'에 바로 캐스팅됐다. 여기서도 '역시 대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명품 조연'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SBS '마이더스', '뿌리깊은 나무' 윤제문
5월 종영한 '마이더스'에서 윤제문은 독선적인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유성준을 연기했다. 탐욕스럽고 권력에 대한 야망에 사로잡힌 역할을 가감없이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함께 출연한 배우 김희애는 "윤제문의 연기력은 대단하다"고 극찬하며 오히려 주연 장혁보다 윤제문의 연기를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후 윤제문은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주연보다 빛내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윤제문은 비밀결사 밀본의 3대 본원(밀본의 수장)인 미스터리한 인물 정기준으로 분해 열연하고 있다. 극 초반 윤제문은 반촌 노비 가리온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췄다. '뿌리깊은 나무'가 중반부로 들어서면서 윤제문은 자신이 밀본 세력인 정기준임을 밝히며 자신이 맡은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한석규 분), 강채윤(장혁 분), 소이(신세경 분) 등 주연들의 연기도 뛰어나지만, 시청자들은 윤제문의 연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SBS '시크릿 가든', KBS 2TV '드림하이', 이병준
'주원앓이', '라임앓이' 등 숱한 수식어를 만들어낸 2011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시크릿 가든'의 이병준도 임팩트 있는 연기로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극 중 이병준은 김주원(현빈 분)이 사장인 로엘백화점의 상무 박봉호를 연기했다. 호시탐탐 김주원의 자리를 노렸던 박봉호는 겉으로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당끼있는 다소 코믹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수지, 택연, 아이유 등 아이돌 가수들이 총 출동한 드라마에서 이병준은 기린예고 시범수 교장으로 분했다. 오직 스타성을 지니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들만 선호해 다소 뒤져 치는 주연들(수지, 택연, 아이유)을 퇴학시키려는 악덕 연기를 펼쳤으나 이 또한 코믹한 모습으로 그려져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병준이 없었다면 주연들의 호연도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올 한해에는 주연보다 더 주연 같은 명품 조연들의 활약이 빛났다. 다가올 2012년에는 어떤 새로운 ‘명품 조연’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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