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 “이번 베스트 앨범에 아내-딸 위한 암호 있어요”[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1.12.08 11: 21

감미롭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 우리는 언제나 이루마를 떠올리면 피아노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34살의 이루마는 피아니스트에서 작곡 프로듀서로서의 꿈을 가지고 제2의 전환점을 맞을 준비 중이다.
최근 만난 강남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루마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기자를 따뜻하게 맞았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은 이루마는 지난 달 30일 10년 간의 역사를 담은 베스트 앨범을 발매했다. 이에 이루마는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의 떨림을 느꼈다”며 소감을 전했다.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베스트 앨범을 냈어요. 베스트 앨범이라고 해서 그간의 곡들을 짜집기 한 것이 아니라 새로 다시 녹음을 했어요. 10년 만에 녹음한 것도 있어서 느낌이 색다르더라고요. 데뷔 10년차..그 동안 1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더라고요. 이번 연말에도 주말마다 공연을 하고 있어요. 13개 도시를 돌며 내년 2월까지 이어지죠.

이루마의 이번 베스트 앨범은 다소 안 좋게 끝나버린 전 소속사와 발매가 겹쳤다. 이루마가 2년간 계약과 관련해 분쟁을 치렀던 전 소속사는 이루마의 그간 곡들을 모아 베스트 앨범을 냈다. 이것이 이번 이루마가 새롭게 녹음한 앨범과 겹쳤다.
“그 쪽 회사에서도 이번에 베스트 앨범을 냈더라고요. 속상하지만 제 앞길만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이번에 제가 낸 앨범은 새롭게 녹음해 짜집기만 해놓은 것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제가 열심히 하면 대중들이 알아주시리라 믿어요.”
이루마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아닌 작곡가 이루마, 프로듀서 이루마로 명성을 떨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년간 대중 가요를 많이 썼어요. 그 중 가수 팀이나 배다해씨에게 직접 준 곡도 있고요. 제 안에 있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원래 하고 싶었던 장르가 가요였거든요. 한국에 지난 2001년 처음 왔을 때 가요를 시작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피아노 쪽으로 돌리게 됐어요. 데뷔 10년 차를 맞아 이제는 작곡과 프로듀서로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귀공자 같은 외모의 이루마.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궁핍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가장 잊을 수 없는 ‘열정의 이루마’ 모습이었다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먹고 살 돈이 없었어요. 한 달에 3~4만원으로 나기 십상이었고 저의 모든 물건들은 거의 전당포에 가 있었죠. 기억나는 순간이 있어요. 10년 전 첫 앨범을 녹음하러 가던 길이에요. 3월이었는데 펑펑 눈이 내렸어요. 서울 변두리에 있는 허름한 스튜디오였는데 버스를 타고 가다 잘 못 내린 거예요. 한참 동안 눈밭을 걷는데 쓸쓸하기도 하고 첫 녹음에 설레기도 했어요. 그 길이 그립네요.”
 
이루마는 배우 손태영의 언니인 손혜임씨와 부부의 연을 맺고 있으며, 4살난 귀여운 딸 이로운양도 두고 있다. 이루마는 요즘 딸아이의 애교에 집으로 가는 시간이 빨라졌다며 딸자랑을 늘어놨다. 이루마 역시 딸바보였다.
“로운이가 이제 4살인데 얼마나 애교가 많은지 몰라요. 껌 같은 작은 거에 너무나 기뻐하죠. 그래서 집에 얼른 가서 로운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싶어요. 예전에는 너무 작아 인형같았는데 최근에는 말을 잘해서 좀 사람같아요(웃음). 몸이 피곤할 때도 항상 로운이와 잘 놀아주려고 애써요.”
이루마는 아내가 로운이를 가졌을 때 군대에 있었다.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는 이루마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고스란히 전하며 다정다감한 남편으로서의 모습도 내비쳤다.
“내 생각에 남편으로서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청소도 가끔하고 로운이랑도 잘 놀아주거든요. 연애 초반처럼 피아노를 쳐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처제 부부인 권상우씨와 손태영씨랑 영화 나들이도 가고 여행도 가죠. 하지만 앞으로 더 잘해야겠죠.”
 
이루마는 앨범에 있는 비밀 암호를 밝히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또 자신의 음악이 그저 공기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꿈을 전했다.
“앨범을 모두 들어내면 오른쪽 밑에 ‘h.i.s&L.R’이라는 글자가 있어요. 이거는 소속사 분들도 모르게 제가 써 넣은 거예요. 매 앨범마다 이렇게 암호를 써 넣는데 이번에는 여기에 그려 넣었어요(웃음). 이번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딱히 없어요. 언제나 하는 생각이듯이 내 음악이 많은 분들의 배경음악이었으면 해요. 일상에 녹아 있는 그런 음악. 꼭 공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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