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컸지만 기대 이상으로 큰 소득이었다. LG 트윈스가 올 겨울 FA 보상선수로 유망주 3명을 싹쓸이했다.
LG는 8일 오후 SK로부터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우완 영건 임정우(20)를 영입했다. 지난 6일 넥센과 한화로부터 보상선수 지명에서도 유망주 좌완투수 윤지웅(23)과 포수 나성용(23)을 선택하며 3명 모두 유망주를 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FA 보상 기준 가운데 '전 소속 구단의 직전 시즌 참가활동 보수의 200%와 구단이 정한 20명의 선수 이외의 1명으로 보상해야 한다. 단, 전 소속구단이 선수에 의한 보상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FA 선수의 전 소속구단의 직전 시즌 참가활동보수의 300%로 선수에 의한 보상을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LG는 현금 대신 보상선수를 택했다.

LG는 지난 2002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며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임 김기태 감독 역시 목표는 4강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로 선수들을 동기 부여시켜 감독 데뷔 첫 시즌에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있어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3명 모두 2011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단한 유망주라는 점이다. 윤지웅은 넥센으로부터 1라운드, 나성용은 3라운드, 임정우는 4라운드에 지명 받았다. 3명의 평균 나이는 고작 22세에 불과해 앞으로 평균 10년 이상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LG는 왜 4강진입에 가능한 즉시 전력 대신 유망주들을 뽑은 것일까.
▲1년 쓰고 버릴 즉시 전력은 필요 없다
LG는 보상선수 지명 때 내년 시즌 즉시 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베테랑 선수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많다는 점, 이미 주전급 선수들로 가득찬 포지션 중복까지도 우려해야 했다.
이날 오후 OSEN과 전화통화를 한 LG 관계자 역시 "즉시 전력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구미에 당기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보상선수로 1년 쓸 마음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넥센, 한화, SK에서 LG에 넘긴 20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명단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있었다. 적어도 35살을 넘은 이들이다.
LG 관계자도 "35살 넘은 선수는 데려와 봐도 얼마 활용을 못한다"면서 "이번 보상선수를 결정할 때는 장기적으로 활용하려는 마음이 있었다. 이 중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LG위해 유망주 택한 김기태 감독
김기태 감독은 지난 10월 14일 박종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LG 감독이 됐다. LG에서 그에게 원하는 것은 지난 9년 동안 가을야구와 멀어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라는 것이었다.
LG는 지난 2002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감독직의 무덤이 됐다. 김기태 감독 스스로도 "누가 LG 감독을 가리켜 독이든 성배라고 말하더라. 나도 잘 안다"고 말할 정도다. 당장 내년에 성적을 내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야 감독직을 보장받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당장 내년 성적보다도 그 이상을 생각했다. 내년에 성적을 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팀 성적과 미래를 같이 보겠다는 복안이었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 우리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즉시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당장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생각한 결정이었다. 내가 LG 감독으로 있을 때 성적이 나는 것도 좋지만 그 이후에라도 좋은 선수가 있어야 팀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소통이 만들어 낸 결정
무엇보다 이번 보상선수 선택에서 가장 눈 여겨 볼 점은 1,2군 코칭 스태프와 운영팀,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카우트팀과 소통이 원만하게 됐음을 알 수 있다.
코칭스태프는 당장 성적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스카우트팀은 성적과 구단 미래도 같이 생각한다. 어쩌면 미래를 더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보상에서는 코칭스태프와 스카우트팀의 의견이 일치했다.
비결이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7월 1군 수석코치로 올라오기 전까지 지난해부터 LG 2군 감독을 맡았다. 1년 반 동안 2군에 있으면서 유망주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김 감독과 함께 1군으로 승격된 차명석 투수 코치 역시 2군에 있으면서 타팀들의 유망주들을 지켜봤다. 스카우트팀에서도 정성주 차장을 육성 담당으로 맡겨 틈틈이 2군 경기를 관찰하게 했다.
임정우의 결정을 놓고 LG 관계자도 "SK 보상 선수를 가장 오랜 시간을 갖고 고민했다. 임정우는 서울고 시절 에이스 역할을 했다. 아직 몸이 많이 말랐다. 살이 더 붙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기태 감독도 그렇고 차명석 투수 코치도 2군에서 임정우를 보면서 좋은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보상선수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LG. 위기 속에서 힘을 모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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