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내 상태 보다 대표팀이 가장 걱정"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1.12.08 16: 59

"와아. 내는 아무래도 괜찮다. 다만 대표팀이 걱정될 뿐이다".
갑작스럽게 경질된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지인들을 토닥이며 흘러가는 구름처럼 현실에 직면했다. 특유의 사투리로 뱉어내는 이야기에서는 걱정밖에 없었다.
8일 대한축구협회는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공식화했다. 전날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직접 만나 사임을 권유했다. 하지만 과정이 문제가 됐다. 대표팀 감독의 거취 결정은 기술위원회를 거쳐 협회장의 재가가 필요하지만 일련의 과정이 생략됐다. 협회 정관을 지키지 않았다. 협회도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은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인권은 없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직접 만나 구두로 전했다는 것은 모든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행위. 그동안 축구협회가 강조했던 절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과 한국축구에 대해서만 걱정을 늘어 놓았다. 그저 조 감독에게는 걱정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8일 서울 모처에서 OSEN과 인터뷰에 응한 조 감독은 "이민 가야겠다"라고 운을 뗐다. 어색한 분위기를 지우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쉽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자조적인 농담을 하며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조광래 감독은 피곤해 보였다.
최근 감기 몸살로 인해 고향인 경남 진주를 찾았던 조 감독은 협회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서울로 올라왔다.  한 차례 협회 직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6일 만남서는 전혀 경질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나 7일 저녁 황보관 위원장과 만났다. 조 감독은 "황보관 위원장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구차하게 모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어쨌든 대의에 의해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군말없이 동의했다. 축구협회에서 결정했다면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조광래 감독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쿠웨이트와 경기. 내년 2월 29일 홈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에서 과연 대표팀이 안정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 하는 것. 이틀 전만 해도 향후 대표팀 운영 포부를 밝혔던 조광래 감독은 "고쳐 나가야 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구상도 다 해왔는데..."라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기술위와 문제가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조광래 감독은 "기술위원회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결국은 윗선의 뜻대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 기술위원장을 앞으로 내세워 나와 싸움을 하게 만드는 축구협회의 방식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했다. 조 감독은 "향후 어떤 인물이 A대표팀 감독을 맡고, 떠나는 일이 있다고 해도 한국축구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당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대표팀 감독직이 좌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축구에 기여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낮췄던 조광래 감독의 꿈은 잠시 정지가 됐다. 여전히 욕심이 많은 조광래 감독이다. 조 감독은 "최종예선이 가장 걱정이다. 내가 경질된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저 잘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문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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