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 직접 느껴본 보스턴 내 오르티스의 존재감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2.03.15 07: 41

미국프로야구(MLB)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 타자인 '빅파피' 데이빗 오르티스(36)가 내년에도 팀에 남기로 결심하며 빨간 양말을 계속 신게 됐습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인 '엠엘비닷컴(MLB.com)'은 8일(이하 한국시간) "오르티스가 보스턴의 연봉 조정안을 받아들여 팀에 잔류하게 됐다"고 보도했는데요.
오르티스와 보스턴은 연봉조정 마감 시간을 불과 몇 시간 남겨 놓고 최종 합의를 이뤘습니다. 오르티스의 올 시즌 연봉은 1250만 달러(약 141억 원)으로 연봉 조정을 통해 내년 시즌 최소 1400만 달러(약 158억 원)에서 최대 1500만 달러(약 169억 원)가 예상되는데요. 상황에 따라서는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늘려 2000만 달러(약 226억 원)까지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보스턴은 오르티스를 잡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신임 바비 밸런타인 감독은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직후 비행기를 타고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날아갔습니다. 바로 '빅파피' 오르티스를 만나기 위해서였죠. 발렌타인 감독은 "오르티스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강조하며 감독의 자존심까지도 내려놓고 선수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 먼 곳까지 날아갔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오르티스는 보스턴에 남기로 했는데요.
OSEN은 지난 3월 미국프로야구(MLB) 보스턴 레드삭스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 시티 오브 팜 파크를 찾았습니다. 당시 오르티스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보스턴 클럽하우스에서 오르티스에 대해 느낀 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클럽하우스를 들어갔을 때 저를 반긴 건 팀 내 간판타자인 '빅파피'가 틀어 놓은 힙합 음악이었습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같은 남미 선수들과 가볍게 몸을 흔들던 오르티스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오르티스는 '빨간 양말' 간판 타자답게 클럽하우스에서 유일하게 2개의 라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서 라커 2개 사용은 무슨 뜻일까요.
먼저 클럽하우스에서 라커룸의 위치와 개수는 그 선수의 가치를 대변합니다. 간판선수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며 때에 따라서 라커를 2개까지 사용하기도 하죠. 마이너리그에서 초청선수로 참가한 이들은 2,3명이서 라커 하나를 함께 쓰는 것과 확실히 다르죠.
12개 팀의 클럽하우스를 돌아봤는데요. 시애틀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 간판타자 이치로 스즈키, 필라델피아 에이스 클리프 리, 로이 할러데이, 뉴욕 양키스 캠틴 데릭 지터, 베테랑 호르헤 포사다, 클리블랜드 간판타자가 된 추신수,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팀 린스컴, LA 에인절스 에이스 제러드 위버 등등이 라커를 2개씩 쓰고 있었습니다.
오르티스는 한 마디로 보스턴 내에서 엄청난 권력자였습니다. 그의 주변에 모든 간판 선수들이 몰려 있었으니까요. 그는 조금은 시끄러울 정도로 큰 음악을 틀어놓았는데요. 이에 대해서 물었더니 "야구는 경기장에서 하는 것이다. 클럽하우스에서는 긴장을 풀어야 한다"며 웃더군요.
오르티스의 올 시즌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올 시즌 특별한 개인 목표는 없다. 우리 팀이 월드시리즈에 가서 우승 반지를 끼는 것"이라고 말한 뒤 "지금 난 2개의 반지를 꼈다. 왼손가락 모두에 낄 때까지 보스턴에서 뛰겠다"고 다짐했죠.
그러나 보스턴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하며 오르티스의 꿈도 깨지고 말았죠.
오르티스는 올 시즌 146경기에 출장해 3할9리의 타율에 162안타 29홈런 96타점 84득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팀이 우승을 하지 못하며 아쉬워했는데요.
시간이 지나 그와 인터뷰할 때 녹음했던 내용을 다시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멘트가 있더군요. 당시 오르티스는 "난 보스턴에서 은퇴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더군요. 즉, 그는 이번 겨울에도 보스턴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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