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선배는 예전부터 후배의 순조로운 적응을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펼쳤다. 야심차게 일본 무대 진출을 결정한 이대호(29. 오릭스)의 뒤에는 이승엽(35. 삼성 라이온즈)의 배려도 숨어있었다.
이대호는 지난 6일 부산에서 오릭스와 2년 총액 7억6000만엔(한화 약 110억원)의 계약을 맺고 일본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 시즌까지 롯데에서 11시즌 통산 3할9리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하며 롯데를 넘어 국내 무대 최고 타자 반열까지 오른 이대호는 이제 오릭스의 외국인 타자로 타선의 핵이 될 태세다.
특히 이대호가 일본에서 적응하는 데 있어 이승엽은 많은 배려를 하며 후배의 일본 무대 성공을 기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2003년까지 활약했던 삼성으로 복귀 결정한 이승엽은 한국 무대 유턴을 공식화한 후 이대호의 오릭스행이 유력시 되던 시점부터 차근차근 후배가 적응할 수 있는 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이대호의 에이전트는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로 그는 올 시즌까지 이승엽의 에이전트를 맡기도 했다. 이승엽은 그동안 자신의 계약 협상에 도움을 준 에이전트에게 후배를 부탁하며 이대호가 순조롭게 일본 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미토에게는 또 한 명의 고객을 추천해 준 셈이고 이대호에게는 믿음직한 후견인을 붙여준 것과 같다.
그리고 이승엽과 함께 했던 또 한 명의 측근이 이대호와 함께 한다. 요미우리 시절부터 함께 했던 통역 정창용씨가 오릭스에 잔류하며 이대호의 통역을 맡는다. 정창용씨 또한 부산고-동국대에서 선수로 뛴 경험이 있는 만큼 단순한 통역관이 아닌 이대호의 동반자로 2년을 함께 할 예정이다.
“내게도 대호는 야구 후배와 마찬가지다. ‘대호를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는 승엽이 형의 권유에 나 또한 대호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대호도 ‘형님 함께 날아 오릅시다’라며 격려하더라. 원래 승엽이 형은 의사소통 면에서 어려움이 없었지만 대호의 경우는 낯선 일본에서 첫 해를 보내게 되는 것이니 온 힘을 다해서 돕겠다”.
그와 함께 정 씨는 “승엽이 형이 대호가 오릭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준 것이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원래 정 씨는 이승엽의 오릭스 계약 해지와 함께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이승엽의 부탁에 더 일본에 머무른다. 정 씨는 “또 한 명의 국민타자를 돕게 되었다”라며 도우미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남긴 성적은 총 8시즌 2할5푼7리 159홈런 439타점. 영욕이 함께 한 일본에서의 8시즌을 뒤로 하고 복귀하는 이승엽은 뒤를 이을 이대호에 대한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고 삼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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