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도 스스로 짠했다".
지난 8월 9일 사직구장에 서있던 투수 심수창(30, 넥센 히어로즈)의 눈물을 모르는 야구팬들은 거의 없다. 그의 깔끔한 외모에 끌린 팬이든, 항상 아쉽게 승을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팬이든,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심수창 자신에게도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을 순간이었다.
심수창은 이날 6⅓이닝을 6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막은 뒤 팀이 3-1 승리를 거둬 시즌 처음이자 2009년 6월 14일 잠실 SK전 이후 786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인터뷰를 하던 심수창은 잠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승리로 심수창은 지난 7일 '2011 카스포인트 어워즈' 카스 모멘트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심수창은 '786일만의 승리'로 올해의 명장면으로 선정된 10개의 순간 가운데 총점 9.68을 기록하며 이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아픈 손가락과도 같았던 18연패를 끊었던 날. 이때를 다시 돌아보는 게 힘들진 않을까.
심수창은 이에 대해 "힘들고 그런건 없다. 그때는 좋았던 기억밖에 없다. 다시 생각해도 선수들에게 고맙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심수창은 시상식에서 그때 장면을 보면서 '다시 봐도 스스로 짠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그때 정말 8개 구단 팬들이 다 저를 응원해 주셨다. 아마 안타까운 마음에 동정심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한다"고 웃었다. 심수창은 "팬분들 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많이 도와줬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그때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표현했다.
감격적이었던 그날 이후 심수창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긍정'이라는 마음가짐이다. 그는 "그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전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연패를 끊고 나서는 이겼을 때 기쁨이 두 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수창은 "승은 운도 필요하다. 이제는 연패를 하더라도 내가 할 일만 하자고 생각하게 됐다"며 그에게 일어난 변화를 전했다.
내년 그가 꿈꾸는 변화는 더 크다. 심수창은 "투수가 무실점으로 막아도 득점이 없으면 승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이)택근이 형도 왔고 (박)병호, (강)정호도 잘하고 (유)한준이도 못하는 친구가 아니다. 내년에는 팀이 올해보다 잘 할 것 같다"고 내년 팀 상승세를 조심스레 점쳤다.
그는 이어 "내가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매 경기 퀄리티 스타트가 목표다. 하지만 투수에게 있어 승은 중요하다. 올해 2승보다는 내년에 더 나아지지 않겠나. 적어도 10승 이상을 거두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은 목소리로 내년 목표를 밝혔다.
그는 최근 친구가 투수코치로 있는 동국대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올 시즌 중반 트레이드라는 큰 변화를 겪었지만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연패를 끊고 승리의 기쁨을 맛봤던 심수창. 그는 이제 다시 올해를 디딤돌로 삼아 내년에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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