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경질, '어떻게'만 있고 '왜'는 없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1.12.09 08: 37

'어떻게' 경질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 경질됐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저 경기력이 나쁘다는 이유인데,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로 인해 축구계가 시끄럽다.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게 가장 큰 경질 이유. 지난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그동안 대표팀의 경기력과 운영을 볼 때 최종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일본과 평가전 0-3 참패, 지난달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레바논전 1-2 패배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말 그대로 성적이 좋지 않아 경질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경질에서는 '어떻게' 보다는 '왜'에 대한 이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스폰서 외압을 비롯해 여러 가지 배경이 거론되고 있지만 조광래 감독이 어떤 이유로 경질됐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는 앞으로 대표팀 운영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조광래 감독의 성적 부진에 대해 황보 위원장은 그저 경기력만 탓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만한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취임한 황보 위원장은 국가대표팀을 제대로 분석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기술위원장에 취임하기 전 황보관 위원장은 FC 서울서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시즌 초반 물러났다는 것부터 문제가 많았다. 서울 팬들도 '관 때문이야'라면서 조롱할 정도였다. 어쨌든 FC 서울의 지휘봉을 내려 놓은 후 올 5월 협회 기술교육국장에 취임했다.
황보관 위원장은 기술위원이 되고 나서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 두 차례 참석했다. 이어 황보 위원장은 11월 9일 위원장이 됐다. 당시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레바논과 월드컵 3차 예선을 위해 이미 원정을 떠나 있었다. 당연히 황보 위원장은 중동 원정에 함께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위원장이 된 지는 한 달밖에 안 됐고 해외 원정조차 동행한 적이 없다. 기술위원일 때도 회의에 참석한 건 두 번뿐이다. 황보 위원장이 협회 부회장단과 감독 경질을 논의할 만큼 대표팀을 철저히 해부할 시간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경질서 황보관 위원장은 그저 '악역'을 맡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광래 감독이 어떻게 경질됐는지는 이미 모두 나타났다. 직접 조광래 감독을 만나 사임을 권유했다. 물론 대표팀의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는 간단한 이유로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대표팀 경기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지 확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다음에 감독을 맡는 사람도 똑같은 경우를 당할 수 있다. 아시아 3차예선 진행 중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만약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우려된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 경질됐는지에 대해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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