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내린 결정으로 축구계가 떠들썩하다. 단순히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 자체때문은 아니다. 바로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 상식을 초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의 정관에 따르면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거나 경질하기 위해서는 기술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없었다. 축구협회의 수뇌부 몇몇이 밀실 행정을 했을 뿐이다. 자신들 스스로가 만든 규정을 어긴 것. 축구협회의 존재 가치가 무너졌다.
최근 임명된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기술위원회가 정식으로 구성되지 않은 상태서 언론 보도가 나와 경질을 발표하게 됐다. 기술위원회가 구성된 뒤 절차를 밟아 발표하려고 했다"며 절차상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황보 위원장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김진국 축구협회 전무이사는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사소한 절차가 무시됐다"고 덧붙였다.

황보 위원장이나 김 전무의 말은 모두 억지였다.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굴리는 거대 집단으로서 취해야 할 과정이 아니었다. 국회도 소위 '날치기 통과'라고 불리울지언정 과정에 충실하다. 결과 만큼이나 과정을 중요시 해야 자신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투표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이러한 축구협회의 억지 행정은 결국 돈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심지어 황보 위원장은 "축구에서 스폰서 문제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쪽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며 "변화를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한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고 했다. 즉 스폰서의 입김이 조광래 감독의 경질까지 영향을 줬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대표팀의 성적에 따른 후광을 받기 위해 모인 스폰서가 오히려 그 후광을 만들기 위해 대표팀을 흔든 것. 문제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스폰서가 대표팀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관을 어기며 자신들의 가치를 깎아 내린 축구협회가 다시 한 번 자신들을 가치를 깎아 내렸다.
축구협회의 이번 결정은 그 일원인 선수들까지 부끄럽게 했다. 현역 선수 중 최고참에 속하는 전 국가대표 이영표(32, 밴쿠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제 우리 축구인들은 더 이상 축구팬들에게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거나... 분명히 이 위기를 넘기면 더 발전할 거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우리 스스로 기다릴 줄 모르면... 누가 우리를 기다려주죠...?"라며 인내심 없이 주위의 입김에 흔들린 축구협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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