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이다. 고개를 처박고 위기를 빠져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꿩과 다를 바 없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조광래 감독 체제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해서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8일 오전 10시에 예정된 조광래 감독 경질 기자회견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들의 의견을 구했는데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면서 “9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해임을 결정하려고 했는데 언론에서 먼저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면서 “실력만 있다면 한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축구인 출신 조 회장은 큰 결단을 내렸다. 그만큼 이번 경질이 대표팀과 협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따라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조 회장이 내세운 새로운 감독의 조건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감독. 또 올해 안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물색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던 압신 고트비 시미즈 감독과 최강희 전북 감독은 모두 고사했다.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따라서 축구협회는 자충수를 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축구협회가 최종적으로 원하고 있는 홍명보 올림픽대표 감독의 겸임도 쉽지 않고 본인도 원하지 않고 있다.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1경기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홍 감독이 잘못 맡았다가 문제가 생긴다면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고심을 하지 않고 결정한 끝에 된서리만 맞고 있다.
따라서 K리그서 능력이 있는 감독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챔피언을 차지한 최강희 감독이 후보군에서 빠지면 그 이외의 감독들이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다. 2위 포항의 황선홍 감독도 자신의 능력을 뽐냈지만 경험 면에서 부족하다.
또 6강 플레이오프에 이름을 올린 감독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수원 윤성효 감독도 그렇고 서울의 최용수 감독대행도 마찬가지. 따라서 가장 부합하는 인물은 김호곤 울산 감독. 사실상 축구협회를 책임지고 있는 정몽준 회장과 확실한 관계도 있기 때문에 김 감독의 대표팀 취임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이처럼 후임자 선임에 대한 구상도 없이 그저 경질만 해서는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을 낙관할 수 없다. 자충수를 둔 조 회장은 결국 자신이 개최키로 했던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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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