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2'의 성공과 더불어 지상파 3사의 예능판 또한 올 한해 오디션 및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넘쳐났다.
총 11개의 지상파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MBC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2', KBS 2TV '톱밴드', SBS 'K팝스타' 등은 호평을 받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 했다. 올 한해 시청자의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과 외면을 받은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을까.
MBC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2' SBS 'K팝스타', KBS 2TV '톱밴드'

◆시청자를 울린 '나는 가수다'
2011년 상반기 예능판에 감동의 물결이 흘렀다. 시청자는 추억의 명곡을 들으며 과거를 회상할 수도 있었다. 바로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다. 첫 방송에는 이소라, 김건모, 윤도현, 백지영, 박정현, 김범수, 정엽 등 걸출한 가요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연을 펼쳤다. 가수로서는 다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탈락이 존재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에 더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탈락, 명예졸업 등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는 특히 각종 음원차트를 올킬시키며 '나가수' 신드롬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까지 총 20여명의 가수들이 '나는 가수다'를 거쳐갔다. 아직까지는 명실상부한 '서바이벌 가요 프로'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멘토의 탄생 '위대한 탄생2'
'슈퍼스타K'와 비슷한 포맷으로 초반에는 혹평을 받기도 한 '위대한 탄생'은 백청강, 이태권, 데이비드 오 등 신인 스타를 배출해 냈다. 특히 '슈퍼스타K'와는 다르게 '악마의 편집'이 없어 편집과 관련된 논란이 없었고, '어지럽지 않은 영상'은 중장년층 시청자도 TV앞으로 끌어들였다. 또 김태원, 방시혁, 이은미, 이선희, 이승환 등 심사위원의 가감없는 심사평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태원은 '위대한 탄생'을 통해 기존 예능프로그램에서의 모습과 다르게 진지하고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를 보여줬다. 김태원은 '대학생이 뽑은 멘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강의 심사위원, 최고의 심사평 'K팝스타'
국내 톱3 엔터테인먼트 기업 YG-JYP-SM의 만남으로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K팝스타'는 지난 4일 첫 방송 된 이후 호평이 줄을 이었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실력도 수준급이었지만, 'K팝스타' 인기의 가장 큰 수훈은 심사위원으로 볼 수 있다. 그간 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 참가자의 실력과 스토리에 많은 가산점을 부여했다면, 'K팝스타'의 심사위원 양현석-박진영-보아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참가자를 발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아직 1회 밖에 방영이 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K팝스타'의 활약은 더 지켜볼 만 하다.
◆록 음악의 재조명 '톱밴드'
밴드 서바이벌로 국내 인디 밴드들이 자존심을 걸고 경연을 펼쳤던 '톱밴드'도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시청률에서는 그다지 선전하지 못 했지만, 마니아층에게는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한 국내 록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성적을 얻은 밴드들은 하나 둘 씩 음반을 발매하고 있다. '톱밴드'는 내년 상반기 시즌2 제작을 목표로 현재 기획 단계에 있다.
MBC '신입사원', '집드림', SBS '빅토리', KBS 2TV '도전자'
◆그들만의 잔치 '신입사원'
'신입사원'은 TV를 통해 MBC 신입 아나운서를 공개채용 하겠다는 취지아래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지망생들에게는 비판에 대상이 됐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아나운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이고, 이런 절박한 모습을 보고 시청자는 웃음을 찾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또한 제작진은 '최종 우승자는 시청자가 뽑은 아나운서가 될 것'이라고 공표했지만, 최종 우승자는 MBC 아나운서들의 손으로 결정됐다. 결국 ‘신입사원’은 MBC 아나운서국, 그들만의 잔치가 된 것이다.
◆집을 상품으로? '집드림'
참가자들의 사연을 듣고 집을 상품으로 준다는 이색적이고 파격적인 콘셉트로 방송을 시작한 '집드림' 또한 굴욕을 면치 못했다. '집드림'은 앞서 부진했던 '신입사원' 후속으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집을 가지고 서바이벌을 펼친다는 것에 네티즌의 비난과 뭇매를 맞으며 평균시청률 3.3%(AGB닐슨 기준)로 두 달 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집드림'은 '누가 더 불쌍하고 가난한가를 어필시키는 프로그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장하게 된 것이다.
◆진부한 다이어트 프로그램 '빅토리'
'빅토리'는 '저승사자'로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트레이너 숀리가 비만인 도전자들과 함께 5개월간 합숙에 들어가 날씬한 몸매로 환골탈태시켜주는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살을 빼는 장면만 카메라에 담은 것이 아닌 리얼리티로 무장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에 초반에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듯 보였으나 시청률 면에서는 완전히 실패했다. 이미 SBS '스타킹-다이어트 킹'을 통해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해 시청자가 진부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이기심만 부각 '도전자'
1억 원의 우승상금, 세계일주 항공권, 국내 은행 취업 기회 제공 등 거창한 우승특전으로 눈길을 끈 '도전자'도 시청자에게 외면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전자'는 20명의 참가자 중 여러 미션에서 승리한 단 한 명만이 살아남게 되는 전형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러나 참가자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비난하고 깎아내리기는 모습만 보여 시청률마저 깎아버렸다. 예능프로그램 MC로 깜짝 변신한 영화배우 정진영의 활약만이 빛났다.
다가올 2012년에도 당분간 예능 트렌드는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참신한 프로그램이 풍년을 맞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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