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마이애미 말린스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3년 연속 40세이브를 거둔 FA 히스 벨(34)과 계약 기간 3년 총액 2700만 달러(약 304억 원)라는 대형 계약을 통해 영입했다.
마이애미는 2012시즌 새로 개장하는 홈 경기장과 더불어 팀 이름마저 바꿨다. 여기에 아지 기옌 감독 중심으로 팀을 재편해 FA 영입을 통한 전력보강으로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의욕으로 볼 수 있다. 벨은 마이애미가 계산한 전력 보강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래리 베인페스트 마이애미 운영 부사장 역시 "우리는 9회를 누군가가 막아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이는 챔피언십에 올라간 팀들이 갖추고 있는 요소들"이라며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마무리 투수가 있었지만 벨 만큼은 아니었다. 벨은 지난 3년 연속 40세이브를 거뒀다. 3차례나 올스타에 뽑혔다. 우리는 그가 9회에 나오면 얼마나 상대하기 힘든지 알고 있다"며 칭찬했다.

그러나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점이 있었다. 올 시즌 마이애미는 이미 재능있는 마무리투수 레오 누네스(28)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벨을 데려올 이유가 없어 보였다. 누네스는 올 시즌 68경기에 등판해 1승4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물론 평균자책점이 높고, 블론 세이브도 6차례나 있지만 그는 지난 3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거두며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됐다.
그렇지만 마이애미가 벨을 영입한 숨은 이유가 밝혀졌다.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인 '엠엘비닷컴(MLB.com)'과 스포츠전문매체인 'ESPN'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레오 누네스가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신분 위조로 체포됐다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1983년 8월 14일 생으로 알려졌던 레오 누네스는 29세의 후안 카를로스 오비에도였던 것이다.
오비에도는 지난 9일 도미나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신분 위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모두 거짓으로 사용했다.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9월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이 자리까지 서게 된 야구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200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왔다. 한 살이라도 어려야 더 높은 몸값을 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비에도는 엑토르 페냐 디아스의 도움으로 신분을 위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를 넘겨 받았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뒤 오비에도와 디아스 모두 체포됐다. 오비에도는 다시 풀려났지만 디아스는 최대 10년형을 구형 받을 수도 있다.
오비에도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의 지지자들과 팬들에게 사죄한다. 어린 시절 나의 실수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그는 마이애미 구단, 미국 정부,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 정부에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자신이 신분을 속이게 된 이유에 대해 "그들이 내게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1년을 더 어리게 해야 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나는 나이가 더 많고 이름이 후안 카를로스 오비에도라는 점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물론 '자수해서 광명 찾겠다'는 오비에도의 뜻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장 내년 시즌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 근절을 위해 공항 검문 검색을 포함한 출입국 검색에 경비를 강화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넘게 모든 점이 오비에도 때문에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오비에도는 내년 시즌에도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싶어한다. 그의 에이전트인 앤디 모타를 통해 "헤스 벨에 앞서 셋업맨으로 나서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미국 비자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미국 당국은 오비에도의 새 비자 발급을 거부한 상태다. 물론 마이애미 구단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단순히 용인이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오비에도 역시 자신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는데 많은 장애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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