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정의윤, '홈런 스트레스'가 만든 무홈런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2.12 14: 50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LG 트윈스 스프링캠프장에 일본이 자랑하는 거포 기요하라 가즈히로(44)가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기요하라는 정의윤(25, LG)의 프리배팅을 보며 감탄했다. 자신보다 더 파워 넘치는 스윙에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는 타구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기요하라는 정의윤을 보며 "배트스피드가 정말 빠르다. 일본에 와도 당장 주전으로 홈런 30개는 칠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주전이 아닌 후보라는 말에 기요하라는 두 번 놀랐다.

기요하라에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 때에는 미국프로야구(MLB) 전설 속 타자 중 한 명인 켄 그리피 시니어가 정의윤을 보며 "젊은 시절 마치 호세 칸세코를 보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칸세코는 지난 1986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오르는 등 2002년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할 때까지 17년 동안 홈런 462개를 기록한 대표적인 강타자였다.
그러나 기요하라와 켄 그리피 시니어의 엄청난 칭찬에도 불구하고 정의윤에게 2011시즌은 아쉬움이 가득한 한 해였다. 자신의 장점인 홈런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 성적은 93경기에서 2할5푼6리의 타율에 62안타 23타점 13득점에 그쳤다.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군에서 제대한 정의윤은 시즌 초 '큰'이병규, 이대형, 이진영 등이 버티고 있는 외야에서 선발로 출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정의윤도 "시즌 초에 기회가 왔는데 내가 못 잡았다. 특히 좌투수 상대로 나섰는데 좌투수 공을 못 쳤다. 수비에서도 실수를 많이 했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정의윤은 올 시즌 내내 주변에서 홈런 이야기를 들었다. 교타자가 아닌 파워 히터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그에게 바란 것은 홈런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홈런이 나오지 않자 이는 정의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됐다.
"홈런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연습 때는 뻥뻥 치는데 경기에서는 못 치니까 스스로 힘들었다"고 말한 정의윤은 "주변에서도 계속 홈런 이야기만 했다. 그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홈런 쳐야 되는데, 쳐야 되는데…'라고 그래서 안 나왔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기술적인 점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정의윤은 원래 타구를 당겨서 좌측으로 보내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올 시즌 대부분의 타구가 우측으로 나갔다. 타구에 힘을 전혀 전달하지 못하고 맞추기에 급급했다. 정의윤도 "내년에는 잡아 당기는 스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정의윤은 2012시즌을 대비해 사이판 재활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의윤은 지난 6일 봉중근, 서동욱 등과 함께 사이판으로 건너가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다른 때보다 더 일찍 몸 만들기에 들어간 정의윤. 사이판에서 캐치볼과 티배팅까지 소화한 뒤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내년시즌에는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키겠다며 굳게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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