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그 중에서도 야구 영화를 보고자 할 때 흔히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야구를 몰라도 재미있어?"란 말이다. 야구란 게임 자체의 룰에 대해 잘 모르면 재미가 덜한 영화들이 분명있다. 최근 개봉한 '머니볼'만 해도 야구를 넘어 사람의 인생에 관한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이지만, 야구를 모른다면 어딘지 장면 장면을 스킵하는 기분이 들 법하다.
그런 점에서 '퍼펙트 게임'(박희곤 감독)은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야구를 좀처럼 모르더라도 한국인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본 최동원, 선동열이란 이름. 그리고 이들이 펼치는 '라이벌 게임'에서 야구장은 어쩌면 하나의 무대일 뿐이다.
'퍼펙트 게임'은 감동적인 드라마가 있는 야구 영화란 점에서 진부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전면적으로 '라이벌'을 그린 영화란 점에서 흥미를 끈다. 한국 스포츠 영화에서 사실 선악의 구도가 아닌 라이벌을 본격적으로 다뤄 풀어낸 작품은 별로 없었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란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자 사실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故 최동원과 선동열의 뜨거운 승부를 그렸다. 1980년대 프로야구계를 장악한 최강 라이벌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은 지역주의, 학연, 그리고 분열과 갈등이 계속되던 당 시대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는 사건으로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3번의 경기 중 마지막이었던 1987년 5월 16일의 롯데화 해태의 대결은 오늘 날까지도 팬과 선수 모두다 인정하는 최고의 명승부로, 영화는 전적 1승 1패의 팽팽한 상황에서 대결로 내몰려야만 했던 두 선수의 불꽃 같은 마지막 맞대결을 그려냈다.
연출을 맡은 박희곤 감독은 본격 게임 앞에 프롤로그 격으로 영화의 상당부분을 이들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두 사나이들이 서로를 생각했고, 넘치는 승부욕을 지녔으며 지지 않는 태양과 떠오르는 태양으로 서로를 질투했는지. 그리고 겉모습부터 성격까지 뚜렷히 다른 각자의 개성을 섬세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팽팽한 긴장감에 극은 허구 인물인 만년 2군 해태 선수 박만수(마동석)를 등장시켜 드라마를 강화한다. 이렇게 영화는 크게 3각 구도를 이루며 마지막 카타르시스를 향해 돌진한다.
'미쳤다'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이들의 치열하고 아슬아슬하고 경기 장면은 마지막까지 꽤 감동적이다. 무엇보다도 최동원으로 분한 조승우, 선동열을 연기한 양동근의 캐릭터 소화력이 감정이입을 높인다. 최동원, 선동열 둘 중에 누가 더 센 지가 궁금했던 여기자 김서형(최정원)이 경기를 보고 읊조리는 "이 사람들 대체 뭐에요?"라는 대사처럼, 목숨까지 내놓은 이들의 승부욕과 세기의 명승부가 다시한 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란 말을 떠오르게 한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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