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국 메이저리그서 수상하는 ‘골드글러브’처럼 수비만 놓고 평가하면 누가 황금장갑을 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1일 올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최종 결정됐다. 해당 포지션 후보 선수들의 공격력, 수비력, 인지도 등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평가해 투표를 실시하는 골든글러브는 투수부문 윤석민(KIA)을 포함해 모두 여섯 명의 선수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수상에 성공하는 기쁨을 누렸고 지명타자부문 홍성흔(롯데)은 4년 연속 수상기록을 이어갔다.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는 골든글러브는 1982년부터 시작됐다. 투표로 뽑는 지금의 방식과는 다르게 당시에는 수비율(자살+보살/자살+보살+실책)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랬기에 정규시즌 24승을 거둔 박철순(OB) 대신 6승만을 올린 황태환(OB)이 투수부문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이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실시하고 있는 골드글러브와 성격이 비슷하다.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현행 골든글러브 시상은 1983년부터 시작됐다.

그렇다면 올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원년과 같이 철저하게 수비율만 놓고 가린다면 누가 황금장갑을 낄 수 있을까. 포지션 별 수비율 최고 선수를 선정했으며 투수의 경우엔 규정이닝의 70%, 야수는 133경기에서 평균 5이닝을 뛰었다고 가정한 665이닝을 기준으로 삼았다.
- 투수 : 김선우(두산, 수비율 1.000, 175⅔이닝, 자살 14, 보살 35)
투수부문에서는 수비율 10할을 기록한 선수가 12명이나 나왔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김선우다. 또한 김선우는 자살과 보살을 합해 49개의 아웃카운트를 수비수로서 잡아내며 윤석민(KIA, 43개)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 포수 : 조인성(SK, 수비율 0.993, 933이닝, 자살 625, 보살 78, 실책 5)
이번에 FA로 팀을 옮긴 조인성은 LG의 안방을 지키며 탄탄한 수비를 보여줬다. 8개 구단 주전포수 가운데 강민호(롯데)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궂은일을 도맡아했다. 도루저지율은 3할1푼3리로 조금 내려갔지만 체력부담이 심한 포지션에서 15홈런 59타점이나 올리며 매서운 방망이를 뽐냈다.
- 1루수 : 최준석(두산, 수비율 0.999, 796이닝, 자살 764, 보살 56, 실책 1)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최준석은 올 시즌 무릎부상으로 인해 타격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전 1루수로서 실책을 단 하나만 범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뽐냈다. 큰 체구에 비해 유연한 몸놀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2루수 : 정근우(SK, 수비율 0.991, 738⅔이닝, 자살 198, 보살 253, 실책 4)
정근우는 SK가 자랑하는 그물망과도 같은 내야진의 진두지휘관이다. 탄성을 자아내는 화려한 수비 능력에 안정감까지 갖췄다. 부상으로 인해 지난해(1069⅔이닝)만큼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3루수 : 이범호(KIA, 수비율 0.987, 681⅓이닝, 자살 68, 보살 160, 실책 3)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돌아온 첫 해 이범호는 투타의 핵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범호가 들어오면서 김상현은 좌익수로 자리를 옮겼고, 이는 KIA 수비를 더욱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 그랬기에 이범호가 8월부터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KIA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격수 : 손시헌(두산, 수비율 0.986, 777⅔이닝, 자살 180, 보살 254, 실책 6)
통산 2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손시헌은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한다. 그렇지만 주장 손시헌의 공백은 두산에 치명타였다. 옆구리 부상으로 손시헌이 결장한 사이 두산은 성적 하락을 막지 못했다.
- 외야수 : 알드리지(넥센, 좌익수, 수비율 0.995, 975이닝, 자살 178, 보살 3, 실책 1)
이대형(LG, 중견수, 수비율 1.000, 768⅓이닝, 자살 205, 보살 3, 실책 0)
박한이(삼성, 우익수, 수비율 0.993, 947⅓이닝, 자살 266, 보살 3, 실책 2)
외야수는 사실 실책 숫자만 놓고 수비 실력을 판가름하긴 쉽지 않다. 실책 숫자보다는 수비 범위와 타구 판단이 외야수의 덕목에 더욱 가깝다. 그렇지만 이는 수치화하기 힘든 항목이기에 수비율과 보살 개수를 통해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참고로 포지션별 보살 1위 선수는 좌익수 김현수(두산, 12개), 중견수 전준우(롯데, 13개), 우익수 손아섭(롯데, 18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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