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대흥행하고 오히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이 쪽박을 찬 해였다.
올해는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대형 상업영화들에 비해 대대적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에는 전혀 다른 두 시장이 존재하지만 최근 몇 년간 독립영화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상업영화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2009년 ‘워낭소리’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독립영화 제작이 활성화됐다. 독립영화 붐은 계속해서 이어져 ‘낮술’, ‘똥파리’가 빛을 봤고 특히나 올해는 수편의 독립영화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 작은 영화들의 강세
독립영화계에서 관객 1만 명은 상업영화 관객 100만 명과 맞먹는다. 2011년 관객수 1만 명 이상을, 상업영화로 치면 100만 명이상을 돌파한 독립영화가 꽤 많았다.
상반기에는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등이, 하반기는 연상호의 ‘돼지의 왕’과 윤기형의 ‘고양이 춤’이 1만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파수꾼’과 ‘혜화.동’의 순제작비는 2억 원대로 절반은 서울영상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받았다. ‘무산일기’도 8천만 원 정도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들 영화는 각각 2만241명, 1만939명, 1만828명의 관객을 모아 상업영화와는 몇 십 배 차이가 나는 제작비로 쾌거를 이뤘다.
세 영화는 10대의 임신과 비행청소년, 탈북자 등의 사회문제를 탄탄한 스토리로 풀어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중 최초로 잔혹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한 ‘돼지의 왕’ 순제작비는 단돈 1억 5천만 원이다. 통상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애니메니션의 제작비가 20~30억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살인과 폭력, 욕설 등 과감한 표현이 담겨있어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핸디캡을 딛고 독립영화 사상 최단 기간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인디다큐 ‘고양이 춤’ 또한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개봉 18일 만에 1만 관객을 넘겼다. 특히 ‘고양이 춤’은 주인공이 길거리 고양이라 촬영과 편집,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첫 회 상영 매진을 기록하며 작은 흥행을 일으켰다.
◆ 100억대 예산 투자 대작영화, 흥행성적 처참
반면 기대를 모은 대작들은 흥행성적이 초라했다. 독립영화의 100배 제작비인 100억 원대를 쏟아 부은 김지훈 감독의 ‘7광구’는 최악의 기록을 낳았다. 200만여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특히 ‘7광구’는 한국 상업영화로는 최초의 3D 영화라는 점 이외에도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이어 ‘괴물2’로 불리며 기대작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내용은 없고 주연배우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만 있었다는 혹평을 받았다.
시각적 매체인 영화는 최근 들어 그 감각이 부각되며 3D로 구현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는 영상미가 영화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 탄탄한 스토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아니 그럴듯한 스토리라도 붙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11년은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뚜렷한 주제의식과 작품성 위주의 작품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되새겨봐야 하는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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