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영수(30.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진출이 좌절된 데 이어 이번에는 정대현(33. 전 SK 와이번스)의 메이저리그 직행 꿈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을 노리던 실력파 투수들이 잇달아 메디컬테스트라는 암초를 만나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정대현은 13일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접고 국내 구단과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정대현은 아메리칸리그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진지한 협상을 갖느라 타 팀의 공식 오퍼 등은 받지 못했다. 10일부터 원 소속팀 SK를 비롯한 8개 구단과 협상을 가질 수 있는 정대현이다.
일부 보도와 달리 정대현은 볼티모어와 스플릿 계약이 아닌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금액 면에서도 '메이저리그 구단이 한국 프로 무대를 인정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계약 협상이 추수감사절 등으로 미뤄짐과 동시에 메디컬테스트 결과 간 수치가 높게 나오며 볼티모어 측이 "한국에서 다시 검진을 받았으면 한다"라고 통보했던 것.

사실 국내에서는 간 수치가 엄청나게 높지 않은 이상 국내 구단에서 뛰는 데 큰 결격사유를 두지 않았다. 과거 한대화 한화 감독이 OB에서 뛰던 시절에도 간염 증세가 발견되었던 바 있고 삼성의 명 3루수 김한수 현 코치도 B형 간염으로 투병한 적이 있었으나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 징후를 비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그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지난해 야쿠르트행이 가시화되었던 배영수도 메디컬테스트 암초에 의해 발목 잡혔던 경우다. 지난 시즌 6승 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했으나 구위 면에서 크게 회복되었다는 평을 받았던 배영수는 일본 센트럴리그팀 야쿠르트행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34번의 새 등번호도 받았을 정도로 계약에 사실상 합의했던 것과 같았다.
그러나 배영수도 메디컬테스트로 인해 야쿠르트에 입단하지 못했다. 국내 무대에서는 크게 결격사유를 두지 않는 부분에서 문제시 되었고 결국 배영수는 선배인 임창용과 한솥밥을 먹지 못했다.
더 큰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그들의 꿈은 원대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실력이 아닌 메디컬테스트라는 절차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특히 정대현의 경우는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는 가능성만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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