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도 '작은 승호'도 이제 문학이 아닌 사직구장에서 팬들의 환호성을 듣는다. 롯데 자이언츠가 좌완 이승호(30)에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접은 정대현(33)과도 발 빠르게 만남을 갖고 영입에 성공했다.
롯데는 13일 메이저리그 진출을 단념한 정대현과 4년 총액 36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총 6억원)에 사인했다. 정대현은 군산상고-경희대를 거쳐 2001년 SK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통산 477경기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이에 앞서 롯데는 지난 11월 22일 좌완 이승호와 4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3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2000년 신생팀 SK의 첫 에이스로 위력을 떨쳤던 이승호는 통산 374경기 73승 64패 41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비록 롯데는 4년 최대 100억원을 준비했던 주포 이대호(오릭스)를 놓쳤으나 그 여윳돈을 SK 필승계투로 대표되던 2인방을 잡는 데 투자하며 '큰 손'의 면모를 보여줬다. 사이드암 임경완(SK)을 SK로 떠나보내기는 했으나 정대현까지 잡으면서 플레이오프서 SK에 패퇴했던 앙갚음을 일단 스토브리그서 성공했다. 2003시즌 후 정수근, 이상목을 FA 시장에서 데려온 이후 오랜만에 거금을 쏟아부었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롯데에 둥지를 튼다는 점은 엄청난 의미다. 2000년대 후반 국내 프로야구 패자(覇者)로 자리잡았던 SK의 계투진에서 정대현과 이승호는 엄청난 위력을 발산했다. 정대현은 최근 5시즌 동안 77세이브 35홀드를 올리며 SK의 뒷문과 허리를 확실히 지켰다. 어깨 부상과 수술로 인해 2007시즌은 뛰지 못했던 이승호는 2008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서 혼자 4홀드를 올리는 괴력을 선보이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다.
벌떼 야구로 대표되던 SK서 정대현이 '여왕벌'이었다면 이승호는 좌완 정우람과 함께 '으뜸 일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투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뒷문이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롯데가 크게 투자한 셈이다.
이승호의 경우는 15승 좌완 장원준의 경찰청 입대로 선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계투로 활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정대현은 자신보다 세 살 많은 임경완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뛰어넘어 기교파 마무리로 통산 100세이브와 그 이상에 도전한다. 그동안 강한 선발진과 막강한 타선에 비해 계투진이 허약하다는 평을 들어왔던 롯데의 야구 색깔은 이들을 주축으로 크게 바뀔 예정이다.
구단은 오랜만에 스토브리그 큰 손으로 돈을 풀었고 최근 5년 간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경험한 베테랑 계투들은 이제 신세계에서 다시 도전에 나선다. 이대호의 일본 이적으로 팀 컬러 변화 가능성이 큰 팀에 'SK 필승계투 이식'은 커다란 복선과도 같다.
fair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