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경쟁 이상의 감동'
연말 격돌하는 두 편의 한국영화 기대작의 공통점은 '라이벌'이다. '퍼펙트게임'(박희곤 감독. 21일 개봉), '마이웨이'(강제규 감독, 22일 개봉) 두 굵직한 작품들은 미친듯한 열정으로 경쟁하고 사랑했던 라이벌들을 보여준다.
'퍼펙트게임'은 전면적으로 '라이벌'을 그린 스포츠 영화란 점에서 흥미를 끈다. 한국 스포츠 영화에서 사실 선악의 구도가 아닌 라이벌을 본격적으로 다뤄 풀어낸 작품은 별로 없었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란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는 故 최동원과 선동열의 뜨거운 승부를 그렸다. 1980년대 프로야구계를 장악한 최강 라이벌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은 지역주의, 학연, 그리고 분열과 갈등이 계속되던 당 시대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는 사건으로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3번의 경기 중 마지막이었던 1987년 5월 16일의 롯데화 해태의 대결은 오늘 날까지도 팬과 선수 모두다 인정하는 최고의 명승부로, 영화는 전적 1승 1패의 팽팽한 상황에서 대결로 내몰려야만 했던 두 선수의 불꽃 같은 마지막 맞대결이 영화화됐다.
영화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두 사나이들이 서로를 생각했고, 넘치는 승부욕을 지녔으며 지지 않는 태양과 떠오르는 태양으로 서로를 질투했는지. 그리고 겉모습부터 성격까지 뚜렷히 다른 각자의 개성을 섬세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미쳤다'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이들의 치열하고 아슬아슬하고 경기 장면은 다시한 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란 말을 떠오르게 한다.
베일을 벗은 강제규 감독의 7년만의 신작 '마이웨이'는 280억원이 투입된 한국 블록버스터물로 영화는 달라기를 좋아한 두 남자의 질긴 인연과 운명을 일본군, 소련군에서 또 독일군이 될 수 밖에 없던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씨실과 날실로 풀어냈다.
제 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청년 김준식으로 분한 장동건, 준식의 운명적 라이벌이었지만 적에서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 가는 일본청년인 하세가와 타츠오 역을 맡은 오다기리 조는 서로를 죽도록 미워했고 죽음까지 불사하며 사랑하는 두 사람을 몸바쳐 열연했다.
적에서 친구를 넘어 서로의 희망이 됐던 두 라이벌이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적이 다른 인물들이란 점에서, 그리고 이를 실제 양국 톱스타들의 열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볼거리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