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새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 로드맵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 조건도 없다. 도대체 누가 이 곳에 올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지난 13일 "국내외 감독을 총망라해 후보군을 뽑겠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좀 더 검토하고 선정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게 기술위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황보 위원장은 "선수들이 인정할 만한 인물로 단기간에 전력을 극대화하고 팀을 장악해야 하며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앞으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팀을 맡은 경험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황보 위원장은 기술위원회 결과 3단계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계는 내년 2월 29일 열릴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이고 2단계는 이어지는 최종예선부터 본선까지다. 그리고 3단계는 월드컵 기간이다.
즉 새로운 감독이 쿠웨이트에 져서 최종예선에 못 올라가면 일단 경질한다. 만약 최종예선에 나섰더라도 불안하면 경질한다. 브라질행 티켓을 따내도 월드컵 본선은 다른 감독에게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최종예선을 통과한 뒤 딕 아드보카트 감독으로 교체된 선례가 있다.
이러한 일방적인 조건을 걸어놓고 축구협회는 현재 새로운 감독을 구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세뇰 귀네슈 감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 현재 감독직을 맡고 있지 않은 감독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계약상 '을'의 입장이라도 대한축구협회가 '슈퍼 갑'으로 군림하는 조건에 어떤 외국인 지도자가 도장을 찍을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의 연봉은 해외 유수의 팀들과 비교해서 많은 편이 아니다. 이를 테면 히딩크 감독은 비록 사퇴하기는 했지만 러시아에서 800만 달러(약 92억 원)를 받았다.
그런데 불리한 조건에 연봉까지 대폭 삭감되면서 올 이유가 없다. 2002년 당시 한일월드컵서는 개최국으로서 유리한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축구인생을 걸 필요가 있던 것이다.
예상컨대 12월 말까지 감독 선임을 마무리짓겠다는 황보관 위원장의 말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리 점찍어 둔 후보가 있고 그 사람과 사전 합의가 돼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은 난항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팀 감독의 섣부른 경질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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