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이강훈! 남루한 모정에 무릎꿇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12.14 15: 12

[김재동의 변죽딴죽] “왜 말 안했어요?”(신하균)
“니가 그렇게 알고있는데 니 친동생이라면 니가 나한테 너무 미안할까봐”(송옥숙)
KBS 월화드라마 이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씨다른 동생인줄 알았던 이하영(김가은)이 친동생였단다. 글쎄.
혼자 살겠다고 아들을 버려두고 도망간 엄마로만 알았는데...
아비가 죽고나서야 누구 씨인지도 모를 애를 배갖고 들어온 뻔뻔한 엄마로만 알았는데...
무시하는게 당연했고 경멸하는게 마땅했다.
모정입네 들이미는 곰국봉투가 역겹고 동기집 파출부 노릇하는 주접스러움이 지겨웠다.
슬리퍼만 걸친 맨발차림에 와락 치솟는 역정.
그 정체가 의사아들로서 체면 구긴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 가당찮은 안쓰러움이 복받치고야 말았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었다. 그런데...
엄마의 가출은 뱃속의 동생을 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고 턱 치켜들고 경멸해온 아들이 미안할까봐 그 오해를 수십년간 감수했단다.
세상에 이런 초라하고 남루한 모정이라니...
그 사실을 접하고야 이강훈은 흰가운 냉정한 의사의 탈을 벗고, 김상철(정진영)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 힘없고 나약한 보호자가 됐다. “의사밖에 기댈데 없는 보호자의 심정 알기나 하세요?”하는 윤지혜(최정원)의 항의를 코웃음으로 일축했던 이강훈이, 산처럼 쌓아놓은 의학지식이 사망판정을 내리고 있음에도, 그저 살려만달라고 매달리는 떼쟁이가 되고 말았다.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싶은 것을 본다’는 말이 있다.
버려진 피해자로서 이강훈에게 버리고 떠난 가해자인 어머니 김순임은 부도덕해야 했을 것이다. 밋밋한 배로 나가 동산만한 배로 들어왔으니 부정의 씨앗이 틀림없었을 것이고 “그때 돌아오지 마셨어야 했어요”란 비수같은 멘트조차 피해자인 아들로서 부정한 가해자인 어머니한테 충분히 할만한 대사였을 것이다.
그렇게 오해와 편견으로 쏘아보낸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심장에 꽂히는 아릿함이 결국 그를 무릎꿇게 만들고 말았다..
이강훈이 맹신하는 또 하나의 사실. 아버지의 수술집도의가 김상철이란 믿음은 어찌될까?
실력있는 의사로서 젠체하던 시절 이강훈의 눈에 보이는 김상철은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환자만을 생각하는 인술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정작 그 시절 이강훈이 보고싶었던 김상철의 모습은 위선의 너울을 뒤집어쓴 이중인격자였다.
왜?
보이는대로라면 김상철은 뇌신경외과의 유아독존을 꿈꾸는 이강훈이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일 수밖에 없으니까. 당신은 도대체 뭐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천만에!
허점이 있어야 마땅한 차에 치매로 오락가락하던 전무송이 정신이 돌아왔을때 일러줬다. 김상철이야말로 네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당시의 수술집도의라고. 
김상철을 향해 “살인자!”라 외칠때 이강훈의 심정엔 통쾌함도 담겨있었으리라 싶다. 그러면 그렇지. 당신의 위선을 끝내 내가 밝혀내고야 말았지! 싶은.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오해를 푼 이강훈의 눈에 김상철의 눈이 클로즈업된다. 당시 마스크를 쓴채였던 집도의의 눈이 오버랩되면서...
과연 편견의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으로 전개될지는 모를일이다.
브레인의 강점은 전개의 스피디함에 있다. 비틀림과 어긋남이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 순간에 오래 머물지않는다. 그때그때 풀어내던가 묵혀두고 넘어간다. 시시콜콜 따지지않고 얽매여서 칙칙해질 틈도 없다.
“네가 미안해할까봐...”해서 수십년의 오해가 풀렸으면 그 해묵은 감정들 해소에 2~3분이래도 질척댈법한데 곧바로 씬을 옮겨 김상철앞에 무릎꿇는 장면으로 해법을 대신한다. 여자작가답지않은 과감한 솜씨다. 드라마의 속도가 신하균의 걸음을 닮아있다. 뚜벅뚜벅.
이제 보이는대로 보게된 것 같은 이강훈이 어찌 변할지. 같은 속도지만 초반의 당당함을 잃고 어쩐지 위태로워보였던 신하균의 걸음이 과연 제 페이스를 찾아갈지 애청자로서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극작가, 칼럼니스스트]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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