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정대현 선배 타구, 내 쪽으로 많이 왔으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2.15 10: 41

"제가 오히려 정대현 선배께서 롯데에 적응 잘 하시게 도와 드려야죠".
FA 정대현(33)의 거인군단 가세에 들뜬 건 팬들만이 아니었다. 롯데 자이언츠 주전 유격수 문규현(28) 역시 학교 선배의 팀 합류에 한껏 반기는 표정이었다. 문규현과 정대현은 군산상고 선후배 사이. 이번에 롯데에 함께 합류한 이승호(30)까지 합하면 한 번에 군산상고 동문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올 시즌은 문규현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됐다.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치른 가운데 125경기에 출장, 타율 2할4푼2리 2홈런 39타점 40득점 5도루로 9번 타순에서 결코 피해갈 수 없는 활약을 보여줬다. 문규현까지 하위타순에서 활약한 덕분에 롯데 타선은 말 그대로 '지뢰밭'과 다름없었다. 또한 문규현은 박기혁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롯데 내야진 안정화의 일등 공신이 됐다.

1일 있었던 납회식을 끝으로 롯데 선수단은 내년 1월 7일까지 휴가를 얻었지만 문규현은 현재 부산에 머물면서 개인 훈련에 힘을 쏟고 있었다. "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는 문규현과 14일 전화통화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올 한해? 일단 힘들었다는 생각이 먼저"
지난해 80경기에 출전하며 얼굴 알리기에 나선 문규현은 올해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치렀다. "무엇보다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2위를 하는 데 주전 유격수로 뛴 게 가장 기쁘다"라고 할 만큼 보람도 컸다. 그렇지만 그만큼 아픔도 컸다.
황재균이 3루로 자리를 굳히면서 문규현은 시즌 초반부터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그렇지만 문규현은 개막 후 3개월 동안 타율 1할4푼1리에 그치며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 팀 성적까지 동시에 좋지 않았기에 문규현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올 한해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 문규현은 "시즌 초반 안 풀릴 때 너무나 힘들었다"라는 말로 당시 마음고생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문규현은 7월 한 달 동안 타율 4할2푼3리를 거두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고 그에 대한 비난은 어느새 찬사로 바뀌었다.
문규현은 어렵게 잡은 주전 유격수 자리를 쉽게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내년 팀 내 잠재적 경쟁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선배들 가운데는 유격수가 없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후배들을 경쟁에서 이기는 게 목표"라면서 "양종민, 신본기 등이 경쟁자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본기는 수비하는 걸 직접 봤는데 기본기가 탄탄하더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 정대현, 이승호, 문규현…군산상고의 결집
문규현은 롯데에서 흔치 않은 군산상고 출신 선수였다. 그렇지만 이번에 학교 선배인 정대현과 이승호가 한꺼번에 롯데로 둥지를 옮기며 갑자기 세가 불어났다. 문규현은 "군산상고 출신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두 분 선배님을 포함해서 작년 신인인 투수 장국헌과 올해 신인 포수인 윤여운도 군산상고 후배다. 롯데에서 동문회를 해도 되겠다"며 싱글벙글했다.
특히 문규현은 2년 선배인 이승호에 대한 추억이 많았다. 그는 "이승호 선배님은 나보다 두 학년 위였다. 1학년 때 (이승호) 선배 글러브도 참 많이 닦았다"라며 "그래도 이승호 선배님은 내겐 롤 모델과 같았다"고 말했다.
문규현은 "군산상고에 입학했던 1학년 때까지는 나도 투수였다. 지금도 이승호 선배님의 투구폼은 다이내믹 하지만 그때는 훨씬 더했다"면서 "같은 투수였던 이승호 선배님의 투구 폼이라든지 공 던지는 것 등 모든 걸 따라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 "정대현 선배 타구? 많이 받을수록 좋을 것 같다"
이승호와는 추억이 많은 문규현이지만 정대현은 다섯 학년이 높은 대선배였기에 오히려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만 했는데 존경하는 선배가 롯데에 오신다니 기쁘다"면서 "이번에 선수 상조회 총무를 맡게 됐는데 정대현 선배님이 적응 하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대현은 국내 최고의 싱커볼 투수다. 내야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투구를 펼치기에 내야수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어쩌면 유격수 문규현은 대선배가 마운드에 올라와 있는 만큼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규현은 "내 쪽으로 타구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 이유를 묻자 "정대현 선배가 마운드에 있으면 승부에 중요한 상황일 것 아닌가. 그럴 때 많은 타구를 잡아서 많이 아웃시켜야 고과도 같이 높아질 것 아닌가"라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 사직구장에서 풀타임 유격수로 한 시즌을 보낸 여유가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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