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군단에 합류한 정대현(33)의 등번호는 '38'로 정해졌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하던 정대현은 지난 13일 국내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그리고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롯데 자이언츠는 정대현에 4년간 36억 원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국내로 유턴했을 시 롯데행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긴 했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였다.
마찬가지로 정대현의 등번호도 곧 정해졌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14일 OSEN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정대현 선수의 새로운 등번호는 38번”이라면서 “당초 본인이 원했던 번호는 21번이었으나 팀의 에이스인 송승준이 달고 있어서 다른 후보군 가운데 정대현이 38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과연 정대현이 38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대현은 “원래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등번호가 몇 개 있다”면서 “11번, 21번, 31번, 38번, 41번을 좋아했다. 그래서 이 번호들 가운데 고르다 보니 나온 게 38번이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일단 롯데에서 사용하기 힘든 번호가 두 개 있다. 정대현은 “SK에서 줄곧 달았던 21번은 이미 송승준이 달고 있었다. 에이스인 그에게 번호를 양보해달라고 할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웃었다. 이어 “11번은 최동원 선배님의 롯데 영구결번이니 더더욱 안 될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대현은 “41번도 후보 가운데 있었지만 이 번호는 볼티모어에 입단했을 때 받기로 한 번호였다. 이 번호를 롯데에서 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남은 31번과 38번 가운데 38번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대현이 38번을 등번호로 선택한 것을 두고 고양 원더스 김성근(69) 감독과 연관 짓기도 한다. 바로 김 전 감독이 SK에 있을 때 달았던 등번호가 38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대현은 “38번을 선택한 것은 (김성근 감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원래 좋아하는 번호여서 선택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대현이 선택한 38번은 원래 올해 신인인 투수 양대원(26)이 달고 있던 번호다. 정대현은 “2군 선수의 등번호를 빼앗게 돼서 정말 미안하다”라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양대원에게 밥이라도 한 번 사줄 것인지 묻자 정대현은 “밥 한 번뿐이겠는가. 나를 위해서 번호를 양보해 줬으니 밥을 몇 번이라도 사줘도 모자란다”며 통 큰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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