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야구 인생에 첫 수술이라 조심스럽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수 유한준(30)은 지난 11일 서울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넥센에서는 유격수 부문의 강정호(24)와 함께 단 두 명의 후보 선수였지만 유한준은 참석하지 않았고 두 부문 모두 넥센에서는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시상식 후 유한준은 "재활 중이기도 했고 좀 그랬다. 축하해줘야 하는데 가지 못했다"며 허전한 웃음을 보였다. 정상적인 몸상태도 아닌데다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자신이 받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던 그로서는 시상식에 웃으며 참석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듯 했다.
비록 시즌을 영광스럽게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유한준은 올 시즌 팀내 가장 쏠쏠한 활약을 펼친 주축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올 시즌 121경기에 나와 129안타 54타점 3홈런 타율 2할8푼9리를 기록했다. 팀내 주전선수들 중 타율 1위다. 홈런 개수는 적지만 장타율은 타율보다 8푼 높은 3할6푼9리에 이른다.
그는 김시진(53) 감독이 예상한 내년 시즌 넥센의 중심타선에도 들어있다. 김시진 감독은 "3번 이택근-4번 박병호에 이어 유한준을 5번에 넣고 강정호를 6번으로 하거나, 그 반대로 할 수도 있다"며 내년 타순 그를 중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유한준은 내년 시즌에 대한 욕심이 없다. 없다기보다 욕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9월쯤 경기 도중 송구하다 느낀 팔꿈치 통증이 악화돼 10월 6일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는 "내년 시즌 구상보다 현재 몸상태를 추스르는 게 우선"이라고 현재 상태를 밝혔다.
타자는 투수보다 인대 접합 수술에 대한 민감도가 낮기 때문에 4~5개월 정도의 재활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가 재활을 잘 해낸다면 시즌 초 복귀도 유력하다. 그는 "복귀 시기를 단정짓기는 곤란하지만 현재 재활은 잘 되고 있는 상태다. 통증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유한준은 목동구장에서 재활 훈련을 소화하는 중이다. 수술 후 쉬면서 약해진 팔 근력을 키우기 위해 팔을 구부리고 펴는 것부터 시작해 아령 무게를 늘리는 등 재활에 땀을 쏟고 있다. 상체를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재활과 함께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고 있다.
유한준이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않고 이토록 재활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는 건 수술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야구 인생에 수술은 처음이다. 적지도 않은 나이에 수술을 하자니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한준은 "야구하면서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수술, 재활도 잘 견딜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프로야구계에서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것에 대해 그는 "나도 그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저평가가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저 인지도 면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내 실력이 그만큼인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유한준이 무사히 재활을 마치고 내년 시즌 초반부터 다시 한 번 맹타를 휘두를 수 있을까. 이택근이 가세한 넥센의 중심타선이 유한준의 보이지 않는 활약으로 더 탄탄해진다면 내년 프로야구가 훨씬 재미있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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