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철이 형이 주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워낙 몸 관리도 뛰어난 선수인만큼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배니까”.
두산 베어스 투수진 맏형 김선우(34)는 자신이 다음 시즌 주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손사래를 치며 당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했으나 재계약을 맺지 못했던 임재철(35)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약 한 달여 후 김선우의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다.
두산 선수단은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NHN 그린팩토리서 열린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정기 총회에서 박재홍(SK)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한 후 모여 다음 시즌 주장으로 외야수 임재철을 선택했다. 1999년 롯데에서 데뷔한 이래 삼성-한화를 거쳐 2004시즌 중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임재철은 지난 11월 19일 두산과 2년 총액 5억원의 FA 계약을 맺고 다시 두산에 공헌할 채비를 갖췄다.

올 시즌 발목 부상 등으로 인해 1군 36경기 3할2푼1리 2홈런 10타점에 그쳤던 임재철은 팀 내에서 귀감이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예전 룸메이트였던 민병헌(경찰청)이나 올 시즌 룸메이트로 호흡을 맞췄던 김현수 모두 “재철이 형은 정말 몸 관리의 화신과도 같은 분이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우게 된다”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2006시즌 후 서른이 넘은 나이에 상근 예비역으로 2년 간 복무했던 임재철은 복귀 시즌이던 2009년 단번에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차며 2할8푼1리 6홈런 50타점의 호성적을 올렸던 바 있다. 군 입대와 함께 “이제 어머니 식당에서 일을 해야하나”라며 은퇴를 생각하던 그는 엄청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며 풀타임 시즌 활약이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들어놓는 노력을 보여줬다.
자율훈련 기간인 현재도 임재철의 노력은 변함이 없다. 강북과 강남을 오가며 매일 사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찾는 임재철은 “감투를 써서 그런지 요즘은 머리가 무겁다”라며 웃었다.
“그저 팀에서 필요한 선수를 넘어 중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후배들과의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당당히 내 자리를 찾아 팀 우승에 공헌하고 싶다. 맏형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팀에는 전통이 된다.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노릇을 하면서 위계질서 확충에 힘쓰겠다”. 자신이 재활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떨어지는 팀 성적과 김경문 전 감독의 중도 퇴진을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리던 그가 생각났다.
김진욱 감독은 새 주장 선임 이전부터 “주장은 감독-코치와 선수를 잇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나 또한 코치급으로 대우하며 선수단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겠다”라고 밝혀왔다. ‘저니맨’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8년을 몸 담은 팀의 주장이 된 임재철이 동료와 팬들의 기대에 걸맞는 주장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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