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김성철(35)이 안양 KGC인삼공사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선두 원주 동부가 무너졌다. 주인공은 1·2라운드에서 모두 동부에 패배했던 안양 KGC인삼공사였다. KGC는 지난 14일 원주 치악체육관서 열린 동부와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 원정 경기서 66-64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GC는 동부를 2.5경기차로 추격하게 됐다.
이날 KGC와 동부는 경기 내내 숨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말 그대로 팽팽했다. 1쿼터와 4쿼터를 제외하고는 양 팀 모두 15득점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질식 수비의 대결이었다. 동부는 장신을 이용해 KGC를 눌러 내렸고, KGC는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워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펼쳤다.

그리고 노련미와 젊은 패기의 대결이었다. 경기 전 강동희 동부 감독은 "오늘 경기를 힘들 거라 예상한다. 우리는 노련미로 나설 것이고, KGC는 젊은 패기로 맞서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노련미의 동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득점으로 연결하며 경기를 주도했고, KGC는 젊은 선수들의 체력을 앞세워 맞대응 했다.
KGC에도 노련미는 있었다. 바로 팀내 최고참 김성철이다. 이날 김성철은 12분 46초를 소화하며 단 2점을 넣었다. 그러나 그 2점은 무엇보다도 값진 득점이었다. 바로 결승골이었다.
김성철은 경기 종료 2.3초 전 골밑을 돌파, 상대 센터 김주성의 블록을 뚫고 슛을 성공시켰다. 동부는 망연자실, KGC에는 환호의 함성이 쏟아지는 순간이었다.
김성철은 "운이 좋았다. 태술이가 막히는 바람에 내가 공을 잡았는데,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겠다고 생각해서 골밑으로 파고 들었다. 반칙이라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골이 들어간 줄도 몰랐는데 넘어지고 보니 들어갔었다"고 했다.
김성철의 말처럼 행운의 골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범 KGC 감독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상범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러 김태술과 오세근에게 투맨 게임을 시켰다. 그런데 태술이가 (수비)에 잡히니 김성철이 공을 받아 파고 들어 골을 넣었다. 역시 베테랑이다"며 김성철을 높게 평했다.
분명 KGC는 젊음과 패기의 팀이다. 한 번 상승세를 타면 어느 팀도 두렵지 않은 팀이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과 위기의 상황을 벗어날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렇지만 두렵지가 않다. 그런 상황을 해결해 줄 김성철이 있기 때문.
경기에 투입되는 시간은 적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을 다독이며 맏형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는 김성철. 이상범 감독이 지난 시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언급하며 칭찬할 만한 선수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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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