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의 추억‘ 박희수, “역시 이대호 선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16 14: 27

“정말 좋은 코스라 또 한 번 속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그걸 끝까지 보고 그대로 때려내시더라고요”.
‘명불허전’이다. SK 와이번스의 ‘동안 좌완’ 박희수(28)가 경기들을 돌아보다 이대호(29. 전 롯데, 오릭스)의 타격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박희수는 올 시즌 39경기 4승 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88로 활약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의 중도하차 등으로 인해 어수선했던 8월 박희수는 11경기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41로 활약했다. 9월 이후에도 박희수의 성적은 16경기 2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1.33으로 뛰어났다. 단순히 박빙 리드만이 아닌 추격조로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만큼 경기 내용 면에서 더욱 호평을 받았던 박희수다.

이전까지 직구 평균구속이 130km대 후반 정도에 그쳤던 박희수는 팔 각도를 다소 낮춰 스리쿼터에 가까운 투구폼으로 바꿨다. 그러자 직구 구속이 140km대 중후반으로 부쩍 높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2군에서부터 연마한 투심 패스트볼이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마치 싱커처럼 역회전되며 떨어지는 공은 특히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위력을 떨쳤다. 박희수의 올 시즌 우타자 피안타율은 1할3푼5리에 불과했다.
“만만한 타자는 없어요. 모두 다들 실력을 갖춘 타자들이라 상대하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제게는 좌타자가 더욱 힘들었어요. 이병규(LG, 9번) 선배나 오재원(두산) 같은 타자들은 정말 상대하기 어렵더군요”.
그와 함께 박희수는 가장 어려운 타자로 이대호를 꼽았다. 지난해 타격 7관왕 위력을 뽐내며 국민타자 반열에 올랐던 이대호는 올 시즌에도 3할5푼7리 27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며 최고 타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떨쳤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이대호는 다음 시즌부터 일본 퍼시픽리그 팀 오릭스에서 활약한다.
“이대호 선배와는 자주 상대하지 못했다”라며 말을 이어간 박희수는 한창 투심을 자신있게 던지던 시즌 중반을 떠올렸다. 이대호와의 첫 대결이었던 만큼 집중력을 쏟았던 기억은 선명했다.
“한창 투심으로 재미보던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첫 대결 초구로 던진 것이 바깥쪽 투심이었는데 헛스윙 하시더라고요. 대호 선배는 ‘이것 봐라’하는 표정을 지었고 저도 씩 웃었지요. 2구도 비슷한 쪽에 던졌어요. 움직임도 좋았고 코스도 제대로였거든요. 그런데 대호 선배가 그걸 끝까지 보고 쳐서 우전 안타로 연결하더라고요. 그 때 너무 쉽게 공략당한 기억이 납니다”.
이대호는 단순히 힘만 갖춘 타자가 아니라 유연성도 탁월한 타자다. 특히 바깥쪽 컨택 능력은 국내에서도 최고로 손꼽혔다. 박희수의 증언은 다시 한 번 이대호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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