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거포가 격돌한다. 주인공은 8년 만에 사자 군단에 복귀한 이승엽(35, 삼성)과 일본 무대 평정에 나선 이대호(29, 오릭스).
삼성 측에 따르면 내년 2월 21일 일본 오키나와 전훈 캠프에서 오릭스와 연습 경기를 치른다. 이들의 대결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돼 만나는 격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던 이승엽과 이대호는 소속 구단을 대표하는 간판 타자로서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일 기세.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 무대로 복귀한 이승엽은 삼성 타선의 핵. 홈런타자의 대명사로 군림하며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및 세계 최연소 300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이승엽은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기량은 변함없다.

류중일 감독은 "내년에 홈런왕이 누가 될 것 같냐고 묻길래 주저없이 이승엽이라고 했다"며 "공끝이 뛰어난 일본 투수들과 맞붙었는데 국내 투수들과 대결하면 방망이만 갖다대도 홈런이 나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승엽은 "적응을 못하면 핑계 밖에 되질 않는다. 많은 준비를 해서 최상의 몸과 마음으로 좋은 성적 올리는게 목표"라고 배수의 진을 쳤다. 그리고 그는 "어느 타순이든 100타점을 돌파하는게 목표다. 홈런과 타율은 둘째 문제라고 본다. 주자가 있을때 타점을 올려 100타점 반드시 돌파하고 싶다"고 목표를 정조준했다. 출중한 기량 뿐만 아니라 성실한 훈련 태도와 철저한 자기 관리 역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듯.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이대호 영입을 통해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타격 7관왕에 올랐고 올 시즌에도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3관왕에 오른 이대호를 영입해 오릭스 타선의 무게감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오카다 감독은 6일 부산에서 열린 이대호의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할 만큼 이대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표시했다. 이대호 역시 "그냥 놀러온 것이 아니다. 홈런·타점 타이틀보다 우승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오키나와에서 벌어지는 한국산 거포의 맞대결. 이승엽은 정들었던 오릭스 동료들과 재회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리고 이대호는 일본 무대 평정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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