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인턴기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의 카리스마있는 모습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날카로운 눈매 때문일까.
사람들이 배우 조승우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대부분 '조금 까칠할 것 같다' 혹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조승우는 재치있고 장난기 많은, 그리고 인간미 넘치는 '정다운' 사람이었다.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故 최동원 감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조승우는 영화 촬영 전, 사투리로 연기를 해야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원래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써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었습니다. 왜냐면 서울말로도 연기를 못하는데 부산말로 어떻게 할까 걱정했기 때문이에요(웃음). 그래서 심지어 부산말을 써야하는 작품을 거절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시나리오 속에 녹아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기 때문.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역사에 남을 최고의 투수를 연기하다는 것이 훈련도 많이 필요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작품 속에 녹아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저를 움직이게 했고 심장이 쿵쾅 거리더라고요"
그는 야구, 특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와 비슷하다며 힘들고 외로웠던 심경을 전했다.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 마운드 위에 서서 가만히 구장을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뒤에서 선수들이 다 저를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그 때 이 조그마한 마운드가 무대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대결절에 걸려 목소리가 안나오는 상황에서 무대에 올라 좋지 않은 질의 공연을 관객분들께 보여드릴 수밖에 없었을 때, 그때 느꼈던 허탈함들이 마운드 위에서 느껴졌습니다. 무대나 마운드는 열정을 느낄 수 있고 짜릿함과 희열을 주지만 동시에 두려운 곳인것 같습니다"

그는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양동근과 손병호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항상 손병호 선배님과 연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선배님의 연기를 보며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신 분이다'라고 생각했었죠. 선배님은 현장 분위기 메이커십니다. 정말 하루 24시간 중에 23시간 30분은 웃으시는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정말 즐겁습니다"
양동근에 대해선 그만큼 멋있는 배우는 없다며 찬사를 보냈다.
"처음에는 양동근 씨가 연기를 설렁설렁하는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아요. 시사회 날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친구의 연기에 감탄하며 '괴물이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만큼 멋있는 배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인간 조승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후배들에게는 편안하지만 엄격한 선배로, 그리고 친한 형들에게는 애교쟁이로 변한다고 밝혔다.
"후배들을 되게 좋아해서 잘하는 녀석들에게 빌붙기도 합니다. 무대에서 장난을 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혼을 낼 땐 혼도 냅니다. 형들한테는 엄청난 애교쟁이에요(웃음). 연기할 때 '항상 즐기면서 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대에서도 '최고의 공연은 아니더라도 재밌게 하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촬영 현장이나 무대에서 다들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도록 으쌰으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실제 인물, 특히 대중스타를 연기해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기보단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故 최동원 감독님의 말투는 전혀 따라하지 않았습니다. 사투리만 썼죠. 몇몇 특징적인 습관들만 따라하려 했습니다. 저는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보다 멋있게 해야지'라는 기대감과 재미가 있었습니다.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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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