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LG 트윈스는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맞았다. 과거와 다른 연봉제도, 즉 신연봉제도를 도입하며 잘하는 선수에게는 대폭상승을, 저조한 선수에게는 대폭삭감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올해로 시행 2년째를 맞고 있는 LG 트윈스 신연봉제도가 지난해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듯 하다. 현재 한창 연봉 협상 중인 LG는 몇몇 선수들은 잠실에 나와 운영팀 관계자와 연봉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2010년 신연봉제도와 2011년 연봉제도가 달라졌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LG가 시행하는 신연봉제도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은 달라 보이는 점이 있다.

▲2010년 신연봉제도란 무엇인가?
LG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연봉 협상 때부터 야구 통계 프로그램인 세이버 매트릭스 중 하나인 윈 셰어(Win Share, WS)를 연봉 협상에 반영했다. 그 비율은 50%다. 나머지 50%는 과거부터 지속해 온 내부 고과 산정이 적용됐다. 이를 시행하기 전 2010년 3월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전 부산 농심호텔에서 사장이 직접 선수들에게 신연봉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연봉 변화는 파격적이었다. 고졸 3년차 유격수 오지환이 2400만원에서 무려 325% 상승된 1억 200만원을 받았다. '작뱅' 이병규도 2800만원에서 1억 원으로 수직했다. 반면 중고참급 선수들 가운데 성적부진, 그리고 부상과 재활 중에 있는 이들까지도 절반 이하의 연봉 삭감이 이뤄졌다. 정재복, 심수창, 경헌호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2011년 신연봉제도는 어떨까?
2011년 LG가 시행하고 있는 신연봉제도는 지난해와 다른 듯 하지만 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LG 백순길 단장은 16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신연봉제도는 작년과 같은 원칙으로 운영한다는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일부 내용에 있어서 수정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LG는 올해도 윈 셰어(Win Share, WS)를 연봉 협상에 50% 반영했다. 나머지 50%는 과거부터 지속해 온 내부 고과 산정이다. 여기에 추가된 부분과 수정된 부분이 있다.
먼저 LG는 팀 기여도라는 항목으로 ±10%를 적용한다. 팀 기여도란 특정 경기에서 승리에 결정적인 도루를 할 경우 추가 점수를 받게 된다. 보통 도루 1개의 수치에 보너스 점수가 붙는다는 것이다. 한 경기에서 3명 정도가 팀기여도에서 보너스 점수를, 3명 정도는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경기 외적인 요인도 포함된다.
수정된 부분은 무엇일까. 지난해 LG가 신연봉제도를 시행하면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 불펜 투수들의 고과가 타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었다. LG도 이 부분을 인정하고 올해는 내부 고과에 불펜투수들의 기여도와 수비 중요도를 높였다. 여기까지가 지난해와 올해 LG 신영봉제도의 차이다.

▲박현준을 통해 본 2011 LG 신연봉제도
'광속사이드암' 박현준(25)이 15일 계약서에 사인했다. 2012년 그의 연봉은 1억 3000만원으로 올 시즌 4300만원에서 무려 202%가 상승했다. 한 시즌 만에 200%가 넘게 뛴다는 것은 엄청난 수치다.
박현준은 시즌 초 연전연승을 이어가며 5월 한때 7승1패를 기록하며 LG 상승세를 이끌었다. 시즌 성적도 13승10패 평균자책점 4.18로 마감했다. LG 마운드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현준의 연봉 상승폭이 지난해와 같은 파격적인 모습이 아니다. 얼핏 보면 박현준의 상승 요인이 지난해 오지환, '작뱅'이병규보다 더 크게 보인다. 그래서 올 겨울 LG의 신연봉제도가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작년과 같은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일단 전체 몫은 같지만 지난해보다 연봉을 올려줘야 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박현준의 몫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피자 한 판이 있다. 지난해 LG 선수들 중에서 오지환과 작뱅이 큰 조각을 먹었다. 이 둘의 활약이 가장 빛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박현준, 임찬규, 한희, 서동욱 등이 잘했다. 반면 LG 팀 성적은 똑같이 6위를 유지했다. 즉, 파이는 같지만 큰 조각을 먹어야 할 선수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조각이 적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박현준의 윈셰어 점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지 않았다.
백순길 단장은 "박현준의 웬셰어 점수가 시즌 초에 정말 높았다. 5월 정도 점수가 연봉으로 환산할 경우 2억 8000만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후 계속 떨어졌다. 8개 구단 선수 전체를 놓고 볼 때 20위 권이었다. 연봉으로 치면 1억 초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박현준은 내부 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봉으로 치면 1억 8000만원 정도였다. 그래서 그 중간 정도에서 계약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재복을 통해 본 부상-재활 선수 몸값은?
LG는 지난해 1억원을 받던 정재복의 연봉을 6200만원이나 삭감해 3800만원에 계약했다. 7000만원을 받던 심수창은 4000만원이 삭감된 3000만원, 6500만원을 받던 경헌호는 3400만원이 깎인 3100만원에 사인했다.
정재복은 지난 시즌 초반 16경기에 등판해 23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에는 오른 팔꿈치 관절경 수술을 받으면서 재활군이 됐다. 올 시즌도 1군 기록이 없다. 그러나 정재복은 올해와 같이 3800만원에 동결된 금액으로 재계약했다.
이에 대해서 백순길 단장은 "부상과 재활 선수에 대해서는 고민을 했다. 특히 경기 중에 다친 선수들은 윈 셰어로 계산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난해처럼 무조건 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백 단장은 5000만원 이하 연봉을 받은 선수들의 경우에도 큰 폭의 하락은 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실질적으로 이들이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2군에 머물 경우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최저 연봉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지난해처럼 3000만원 또는 그 이하로 삭감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올 겨울도 LG의 신연봉제도에 대해서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작년과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정이 아닌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는 정도로 보여진다. LG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전체적인 몫이 커지지 않았다는 점이 연봉 협상을 하는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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