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한화에서도 등번호 61번…18년 후배 김경태 양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2.17 15: 59

한국프로야구 복귀를 앞두고 있는 '코리안특급' 박찬호(38)가 한화에서도 등번호 61번을 달 예정이다.
내년 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된 박찬호는 19일 구단 고위 관계자들과 인사차 첫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조만간 계약을 맺고 정식으로 한화 선수가 된다. 자연스럽게 그의 등번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한화에서 등번호 61번을 쓴 선수는 2년차 좌완 투수 김경태(21)다. 김경태는 "감히 '양보'라는 표현도 쓸 수 없다. 당연히 드려야 하는 것이다. 존경하는 대선배님께 드리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공식 입단식에서 52번이 박힌 유니폼을 받은 김태균과 마찬가지로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박찬호와 61번의 인연은 그가 처음 미국 땅을 밟을 때부터 시작됐다. 국내에서 등번호 16번을 달았던 박찬호는 미국에서도 처음에는 16번을 달 생각이었다. 하지만 1994년 입단 당시 LA 다저스 론 페로나스키 투수코치가 16번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6을 뒤집은 61을 등번호로 달게 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듬해 페로나스키 코치가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며 16번이 비었지만 새로 입단한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16번을 차지했다. 61번과의 인연은 그 후로도 계속 됐다. 61번을 달고 박찬호는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고, 이후 텍사스-샌디에이고-뉴욕 메츠-필라델피아-뉴욕 양키스-피츠버그 등 거치는 팀다마 61번을 고수했다.
올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도 박찬호는 변함없이 61번을 달았다. 포수 이토 히카루가 달고 있었지만, 박찬호에게 흔쾌하게 양보했다. 박찬호는 감사의 의미로 이토에게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소속팀 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가대표팀에서도 61번을 달았다. 61번이 곧 박찬호이고, 박찬호가 61번이었다.
박찬호에게 등번호를 넘기게 된 19년 후배 김경태는 "많이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작년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뵈었는데 서클체인지업도 가르쳐주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다른 것 말고 타자와의 승부에 신경써라. 쉴 때도 항상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려라'는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박찬호와의 만남도 떠올렸다.
 
류현진이 졸업한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2010년 7라운드 전체 5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경태는 지난 10월4일 사직 롯데전에서 1이닝 3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좋은 경험을 했고 자신감도 얻었다. 내년에는 1군에서 팀에 도움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박찬호 선배님께도 많이 배우겠다"며 배움의 자세를 보였다.
이로써 내년 시즌 국내 무대에서 뛰게 된 해외파 선수들의 등번호도 모두 결정났다. 이승엽은 삼성 시절 달았던 36번을 되찾았고, 김태균도 한화와 지바 롯데 시절 단 52번을 고수했다. 박찬호도 61번 등번호 역사를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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