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화 박찬호'는 아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마운드 위의 박찬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프로야구 복귀의 문이 열린 '코리안특급' 박찬호(38)가 내년 시즌 어떤 투구를 보일지가 관심이다. 그에 앞서 박찬호의 보직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한화 한대화 감독은 "아직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직접 던지는 걸 봐야 결정할 수 있다"며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불펜보다 선발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허구연 위원, "처음부터 구원으로 가는 건 맞지 않다"

박찬호를 가까이에서 오랜 기간 지켜본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처음부터 박찬호를 구원으로 하는 건 맞지 않은 것 같다. 선발로 시작한 뒤 한계 투구수가 느껴지면 그때가서 코칭스태프와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어차피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공을 던지느냐에 갈린다. 워낙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스피드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허 위원은 "박찬호가 더 이상 예전처럼 150km가 넘는 공을 던지는건 아니다. 하지만 143~145km 정도 공만 꾸준하게 던질 수 있다면 투심 등 변화구를 잘 던지기 때문에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다만 70~80개를 던진 후에도 같은 스피드가 나오느냐 문제다. 그 외에는 크게 문제될게 없다"며 박찬호라는 투수가 쌓아온 경험과 노련미 그리고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스피드와 스태미너 유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허 위원은 준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몸 관리를 잘하고 체력이 강한 편이지만 마흔쯤 되면 한 해 한 해가 다르다. 떨어지는 폭이 커질 수 있다. 올 봄에 나왔던 스피드만 내면 문제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허 위원의 지적이다.
▲ 양상문 위원, "불펜은 체력 소모와 부담이 크다"
롯데 사령탑을 역임하고 다수의 구단과 대표팀에서 투수코치를 지낸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사견을 전제로 "선발투수가 좋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양 위원은 "박찬호가 중간에서도 던졌지만 그래도 선발을 오래 했다. 자기 날짜에 맞춰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도 좋을 것이다. 경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선발이 더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불펜으로 상대를 확실히 압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도 양 위원이 거론한 이유 중 하나다. 양 위원은 "불펜투수의 경우에는 공이 빨라야 한다. 박찬호 같은 경우에는 노련미로 승부해야 한다. 힘으로 승부해야 할 불펜보다 선발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효과적이다. 본인한테 부담도 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펜투수가 상대적으로 긴장도가 높고 체력적인 소모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양 위원은 "마흔에 풀타임으로 뛴 선발은 송진우말고는 없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매일 불펜에서 대기하는 것도 힘든 부분이다. 오히려 매일 등판을 준비하는 것이 그 나이에는 더 부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경기를 철저히 준비하는 선발이 그의 스타일과 나이를 감안할 때 적합하다는 의견이었다.

▲ 이효봉 위원, "한화의 10승 투수는 류현진 뿐이다"
현역 시절 투수로 활약한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화의 팀 사정을 이유로 박찬호의 선발론을 주장했다. "한화에는 류현진을 빼면 10승 투수가 없다. 불펜은 데니 바티스타-박정진-송신영이 있다. 불펜보다 선발로 가는 것이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보탬이 될 것이다. 한화의 젊은 투수들이 성장했지만, 아직 검증된 선수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화 팀 사정이 전부가 아니다. 이 위원은 "불펜보다는 선발이 아무래도 몸 관리하기 좋다. 다음 일정에 맞춰 준비하는 것과 매경기 대기하는 건 분명 차이가 크다"며 양상문 위원과 마찬가지로 불펜 대기의 어려움도 덧붙였다. 이어 "벌써부터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할 필요없다. 어느 선수든 부상을 당하면 못한다. 그보다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지금 박찬호의 약점을 찾는 건 불필요하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아닌가. 외국인선수도 이 정도 경력은 없었다. 내리막이지만 고향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올해 일본에서 좋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용병이 아니다. 마음도 다르고, 준비하는 과정도 다를 것이다. 박찬호를 믿고 기량을 발휘하도록 지원만 하면 된다. 벌써부터 실패할 것이란 불안감을 갖기 보다 기대를 갖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불펜보다 기대치가 높은 선발이 적합하다는 게 이 위원의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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