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역시 달랐다.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25, LG 트윈스)이 지난 14일 오후 내년 시즌 연봉 1억 3000만원에 사인했다. 올 시즌 연봉 4300만원에서 무려 202%가 상승하며 단숨에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그러나 박현준의 연봉을 놓고 말이 많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LG가 시행한 신연봉제도 때문이다.

LG는 지난해 야구 통계 프로그램인 세이버 매트릭스 중 하나인 윈 셰어(Win Share, WS)를 연봉 협상에 50% 반영했다. 나머지 50%는 과거부터 지속해 온 내부 고과 산정이 적용됐다. 덕분에 고졸 3년차 유격수 오지환이 2400만원에서 무려 325% 상승된 1억 200만원을 받았다. '작뱅' 이병규도 2800만원에서 1억 원으로 수직했다.
올 시즌 LG 최고 흥행상품이 박현준인만큼 당연히 지난해 오지환 정도의 상승폭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박현준도 내심 기대했다. 박현준은 16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조금 기대는 했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박현준만큼의 성적을 올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보통 투수 고과 1위인 만큼 두세 차례 추가 협상을 통해 연봉을 올려 받을 수 있다. 그 정도면 최소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이 추가된다.
그러나 박현준은 LG와 첫 연봉 협상에서 곧바로 도장을 찍었다. 박현준은 "조금은 실망한 부분도 있지만 이런 저런 생각하다 어차피 계약 할 거면 한번에 하자고 생각했다"라면서 "어떻게 보면 이 금액도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박현준은 협상장에서 구단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LG는 올 시즌에도 6위에 그치며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선수단 내 연봉 상승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피자 한 판이 있다. 지난해 LG 선수들 중에서 오지환과 작뱅이 큰 조각을 먹었다. 이 둘의 활약이 가장 빛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박현준, 임찬규, 한희, 서동욱 등이 잘했다. 반면 LG 팀 성적은 똑같이 6위를 유지했다. 즉, 파이는 같지만 큰 조각을 먹어야 할 선수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조각이 적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박현준은 "팀이 4강에 들지 못한 상황에서 내 목소리만 낼 수 없었다"라며 "성적을 내야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말도 맞다 싶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현준은 조그만 욕심 대신 내년 시즌 더 좋은 성적으로 또 다른 모습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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