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승부를 가른 오더 숨바꼭질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12.17 09: 21

"(주)세혁이만 피하면 되는데...".
김택수(41) 대우증권 총 감독이 지난 16일 부천 송내사회체육관에서 열린 2011 MBC 탁구 최강전 챔피언결정전 남자부 2차전을 앞두고 꺼낸 얘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돌파구는 경기 30분 전에 공개되는 오더 싸움에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 대우증권의 에이스인 정영식(19)의 배치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김 감독의 승부수는 정영식의 4단식 투입이었다. 전날 2단식에 배치했던 정영식을 뒤로 배치해 확실한 1승을 챙기겠다는 의도였다. 수비 탁구의 달인 주세혁 외의 상대에게 승승장구했던 정영식이기에 납득할 만한 작전이었다. 전날 1차전서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정영식이 주세혁에게 2-3으로 패하며 역전패했던 김 감독의 고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승부수는 오히려 패착이 됐다. 이철승(39) 삼성생명 코치 역시 주세혁을 4단식으로 내리면서 피하려던 상대를 막다는 길목에서 만난 것. 정영식은 1세트에서 주세혁을 11-3으로 꺾는 등 선전했지만, 내리 2, 3, 4세트를 내주면서 역전패했다. 대우증권이 준우승에 그치는 순간이었다.
이 코치는 "세혁이가 오늘은 승리를 책임지는 영웅이 되길 바랐는데,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오더가 됐다"고 웃었고, 김 감독은 "세혁이를 피하려고 4번으로 영식이를 내렸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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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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