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나영이 논란'의 주인공 가수 알리가 지난 1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폭탄 고백을 했다. 바로 자신 역시 3년 전 성폭행범죄의 피해자라는 것. 이날 알리는 논란이 된 정규 1집 앨범 'SOUL-RI:영혼이 있는 마을' 속 수록곡 '나영이'에 대해 나영이에게 위로를 주고 성폭력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어 만들었다고 밝히며 의도와 다르게 나영이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안긴 것에 대해 눈물로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알리는 함께 기자회견에 동석한 부친의 입을 통해 충격적인 과거사를 털어놨다. '나영이'를 만들게 된 배경에는 지난 2008년 6월 자신이 직접 겪은 성폭행범죄가 피해자로서 나영이 사건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공감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영이를 비롯한 세상 모든 성폭행범죄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주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뜻에서 만든 곡이었는데 항간의 오해와 논란이 커지자 이를 풀고 싶은 마음에 결국 아픈 과거사까지 직접 들추게 됐다는 것이다.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 암흑 속에서 노래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알리의 아픈 고백에 성났던 민심도 많이 풀린 모습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연예인, 가수라는 사실을 떠나 평범한 한 여자로서 절대로 쉽지 않았을 고백은 대중의 오해와 분노를 희석시킬 수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방식이나 방법에 있어 서툴렀지만 논란이 됐던 '나영이'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고 그녀의 아픔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기자회견 후 대다수의 네티즌은 관련 기사 댓글 등을 통해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위로하며, 응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알리는 스스로 들추기 힘든 상처까지 만천하에 공개하며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논란이 일자마자 음원 및 오프라인 앨범 전량을 회수, 폐기 처분하겠다는 결정도 가수로서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곧바로 자신의 뼈아픈 기억까지 모조리 꺼내어 놓으며 한 번 더 눈물로 사죄했다. 노림수나 전략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논란을 돌파하고 대중의 마음을 회복시키기 위해 선택한 초강수가 어느 정도 그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알리의 활동 계획이나 행보에 있어서는 여론의 추이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이번 고백으로 논란의 불씨를 어느 정도 꺼뜨린 것은 분명하다.
알리처럼 논란을 뚫기 위해 초강수를 뒀던 또 하나의 인물로 국민 MC 강호동이 있다.
강호동 역시 지난 9월 세금 과소 납부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자 불과 며칠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연예계를 은퇴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국민 MC가 세금 논란에 휘말리자 여론은 급속히 냉각됐다. 네티즌은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며 강하게 비난했고 결국 은퇴 청원 운동까지 벌이는 등 강호동의 목을 죄기 시작했다.
결국 강호동은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국민 앞에 웃고 떠들 수 없다.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겠다"는 뜻을 발표, 항간의 논란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했다. 국민 MC의 극단적인 선택을 본 네티즌은 패닉에 빠지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그에 대한 동정론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은퇴까지 감행해야 하는 중죄냐며 그를 비난했던 여론을 꼬집는 세력이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강호동의 대담한 대응은 먹혀들었고 그를 향한 오해와 비난의 화살도 줄었다. 당시 고정 출연 중이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을 비롯해 SBS '강심장'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등의 팬들은 그의 복귀를 염원하며 은퇴 선언 후 약 3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리움을 표하고 있다.
이렇듯 알리와 강호동 외에도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스스로 중대한 결심을 하고 정면 돌파를 택한 이들은 또 있다. DJ DOC 전 멤버 박정환과의 사과 공방에 놓인 이하늘이 그랬고 대마초 흡연으로 적발된 슈프림팀의 멤버 이센스도 그랬다.
이하늘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박정환에 대해 '박치였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어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으며 모든 방송 활동을 접겠다고 선언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센스의 경우 대마초 흡연 협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검찰에 송치되기 직전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 눈길을 끌기도.
이처럼 한층 대담해진 스타들의 논란 돌파 방식에 대해 한 연예가 관계자는 "과거처럼 허물을 덮고 숨기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개적으로 잘못은 인정하고 오해는 해명하는 것이 최근 연예가의 달라진 풍경"이라며 "요즘은 한 연예인이 논란이나 물의를 빚으면 온라인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는다. 연예인들은 단순한 악플을 넘어 신상이나 과거 이력 털기, 은퇴 청원 등 더 악질적인 방법으로 공격을 받게 되는데 이에 대한 부담과 상처를 떠안기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생각에서 스스로 중대한 결심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issu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