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제작된 영화 ‘도가니’와 가수 알리의 신곡 ‘나영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9월 개봉해 전국 467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켰던 ‘도가니’와 달리 이른바 ‘나영이 사건’의 피해자를 위해 알리가 자작곡한 곡 ‘나영이’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폭력을 가하고 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똑같이 실제 일어난 아동 성폭력을 다룬 ‘도가니’와 ‘나영이’. 무엇이 다르기에 여론의 반응이 이토록 엇갈리는 걸까.

영화 ‘도가니’는 출간 전부터 온라인상에 연재되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공지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2009년)을 영화화 한 작품. 무진의 한 청각장애학교에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가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대당하던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실제 벌어졌던 아동 성폭력 사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이 작품은 언론 시사 직후 만해도 영화 흥행을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수위 높은 성폭력 장면 재연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가해자들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참을 수 없는 공분을 일으켰다.
‘지켜보기 힘든 영화를 누가 보겠느냐’는 우려와 달리 ‘도가니’ 개봉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지난 2005년 실제 벌어졌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재조사 요구 여론이 뜨겁게 들끓었고,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서명 운동이 빠르게 전개됐다. 전국에 ‘도가니’ 광풍이 일자 지상파 뉴스에서까지 ‘도가니 신드롬’을 보도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았고 결국 실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의 진원지는 폐교처분 됐다.
흥행조차 점치기 어려웠던 영화 ‘도가니’가 예상 밖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영화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간 대중이 둔감하게 반응했던 아동성폭력에 대해 사회적 환기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어린 피해자들이 얼마나 가혹한 육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는지, 또 가해자인 사회 기득권층은 전관예우라는 부조리를 이용해 얼마나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나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관객의 공분을 산 것.
이 때문에 영화 제작진은 개봉 전부터 주인공을 사회를 개혁하는 영웅으로 그리지도,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위로하거나 가해자를 비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 이런 사건이 있었음을 알리고 관객, 대중이 자각적으로 깨닫길 바란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가수 알리가 발표해 논란이 된 신곡 '나영이'는 이른바 ‘나영이 사건’으로 알려진 피해어린이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비난을 사고 있다.
신곡 ‘나영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어린 여자아이의 젖은 눈 사이로 흘러나오는 회색빛깔’,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 ‘더럽혀진 마음 그 안에서 진실한 순결한 그 사랑을 원할 때’ 등 가사 일부가 피해자에게 오히려 폭력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통해 충분히 제작 의도가 전달되는 영화와 달리 짧은 시간 안에 가사를 통해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노래는 원곡자의 의도와 달리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민감한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다룬 두 작품이 대중으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알리는 사태가 악화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임을 고백하고, 논란이 된 가사가 피해자를 겨냥한 게 아니라며 적극 사과하고 나섰지만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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