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구단별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 원투펀치는 과연 누구였을까.
FA 시장이 종료되고 있는 시점에 8개구단은 이제 외국인선수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잘 선별한 외국인선수 두 명에 팀 성적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스카우트들은 고심을 거듭하며 해외에서 옥석 고르기에 정신이 없다. 내년 시즌엔 모든 구단이 두 명의 외국인선수를 투수로 채울 것으로 예상되고 그 가운데서도 많은 선수들이 선발 투수의 임무를 부여받고 한국땅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수준급 외국인투수를 찾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올 시즌 뛰었던 외국인투수 가운데 지금까지 재계약을 맺은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두산), 레다메스 리즈, 벤자민 주키치(이상 LG), 데니 바티스타(한화) 등 모두 네 명이다. 또한 저스틴 저마노(삼성), 라이언 사도스키(롯데), 브랜든 나이트(넥센) 등이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각 구단은 나머지 구멍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선수를 물색하고 있지만 미치 탈봇(삼성), 마리오 산티아고(SK)만 계약을 마쳤을 뿐이다.

이처럼 각 구단이 새로운 외국인선수 영입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수준급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그만큼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원투펀치를 영입하면 단숨에 우승을 노릴 수 있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는 많은데 데려올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괜찮다 싶으면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있기에 영입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럼 과연 각 구단의 역대 외국인선수 최강 원투펀치와 역대 최고 콤비를 꼽아본다면 누가 들어갈 수 있을까. 올 시즌 성적순으로 나열 했다.
▲ 삼성 라이온스 : 2006년 제이미 브라운-팀 하리칼라
삼성은 외국인선수 투수 두 명이 동시에 좋은 활약을 펼친 경우가 많지 않았다. 1998년 스콧 베이커와 2001년 발비노 갈베스, 2002년 나르시소 엘비라가 ‘원펀치’라고 불릴 만한 활약을 보였지만 ‘투펀치’가 따라오지 못했다.
그나마 삼성이 외국인선수 두 명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은 2006년이었다. 브라운은 27경기서 154⅓이닝을 소화하며 11승 9패 평균자책점 2.68을 거두며 1선발 역할을 했다. 또한 하리칼라는 23경기에 출전, 135⅓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3.33을 올렸다. 두 선수는 23승을 합작하며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한화의 한국시리즈선 브라운이 2차전 패전투수가 됐으나 하리칼라가 최종 6차전 승리투수가 됐다.
▲ SK 와이번스 : 2009~10년 개리 글로버-카도쿠라 켄
2009년 중반 팀에 합류한 글로버는 20경기에 등판, 105⅔이닝을 소화하며 9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6을 올리며 단숨에 에이스 김광현과 원투펀치를 이뤘다. 또 한명의 외국인선수 카도쿠라는 28경기 126이닝에서 8승 4패 평균자책점 5.0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가을잔치에서의 활약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엔 두 선수의 위치가 바뀌었다. 이번엔 카도쿠라가 30경기에 출전, 153⅔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3.22로 김광현과 원투펀치를 이뤘다. 반면 글로버는 22경기에 출전, 105이닝만 소화하며 6승 8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다소 부진했다. 이처럼 SK는 두 명의 외국인투수가 동시에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탄탄한 계투와 짜임새있는 타선을 앞세워 3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 롯데 자이언츠 : 2010~11년 라이언 사도스키
롯데는 전통적으로 외국인투수의 덕을 많이 보지 못한 팀이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초창기 에밀리아노 기론은 전천후 활약을 펼쳤지만 그 이후 눈에 띄는 선발투수는 드물었다. 대신 펠릭스 호세, 로베르토 페레스, 카림 가르시아 등 타자쪽 활약이 두드러졌다.
사실상 롯데 외국인투수 가운데 역대 최고는 라이언 사도스키라 할 만하다. 사도스키는 지난해 27경기에 등판, 169⅔이닝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7을 올렸고 올해는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25경기에서 14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1승 8패 평균자책점 3.91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가르시아를 내보낸 뒤 차례로 들어온 브라이언 코리와 크리스 부첵은 둘이 합해서 8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 KIA 타이거즈 : 2009년 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
가히 역대 최고의 외국인투수 원투펀치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로페즈는 2009년 29경기에 등판, 190⅓이닝이나 소화하는 괴력을 보이며 14승 5패 평균자책점 3.12를 거뒀다. 또한 한국시리즈서도 2승 1세이브를 거두며 KIA의 10번째 우승에 일등 공신이 됐다. 로페즈는 이후 2010년과 올 시즌에도 KIA에서 뛰었지만 2009년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고 결국 외국인선수 교체가 유력시된다.
구톰슨 역시 로페즈 못지않은 활약을 보였다. 구톰슨이 26경기서 기록한 161⅓이닝은 전체 리그 9위에 오를 정도로 훌륭한 이닝 소화능력을 선보였고 13승 4패를 올리며 로페즈와 완벽한 원투펀치를 이뤘다. 두 외국인투수가 합작한 승수만 27승. 한국시리즈선 정규 시즌때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실력과 융화력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2009년 시즌 종료 후 KIA와의 재계약에 실패하며 팀을 떠나게 됐다.
▲ 두산 베어스 : 2007년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
2007년 두산은 한국 프로야구 최후의 20승 투수인 리오스와 팀의 투펀치로 준수한 활약을 보인 랜들을 동시에 보유했다. 리오스는 33경기에 출전, 무려 234⅔이닝을 소화하며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을 올렸다. 랜들 역시 28경기 164⅓이닝에서 12승 8패 평균자책점 3.12로 투펀치로 손색이 없었다. 두 선수가 합작한 승리면 무려 34승, 두산이 그 해 올렸던 70승의 49%에 이른다.
정규시즌만 놓고 따진다면 역대 최고의 원투펀치로 손색이 없지만 가을잔치에서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 리오스는 상대 전적 2승 1패로 앞선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맞상대는 올 시즌 데뷔한 신인 김광현. 모두 리오스의 우세를 점쳤지만 그날 김광현은 7⅓이닝 1피안타 9탈삼진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결국 두산은 이 해 한국시리즈서 먼저 2승을 거두고도 4연패를 하며 SK의 통산 첫 우승을 허용하고 말았다. 거기에 한국무대의 활약을 발판삼아 일본으로 떠난 리오스의 금지약물 복용이 드러나며 더욱 빛이 바래고 말았다.
▲ LG 트윈스 : 2011년 벤자민 주키치-레다메스 리즈
올해 LG는 꿈에 그리던 외국인투수 원투펀치를 얻었다. 벤자민 주키치는 32경기에 등판, 187⅔이닝동안 10승 8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시즌 중간 퍼펙트게임을 기록할 뻔한 일도 있었을 만큼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지만 팀 타선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해 활약에 비해 승수는 많이 쌓지 못했다. 또한 160km의 강속구로 화제를 모은 리즈는 30경기 164⅔이닝 11승 13패 평균자책점 3.88을 올리며 주키치와 원투펀치를 형성했다.
박현준-주키치-리즈의 ‘10승 트리오’ 선발을 내세운 LG는 시즌 한 때 2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결국 시즌 후반 힘이 떨어지며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그렇지만 주키치와 리즈는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발판으로 이미 LG와 재계약을 확정짓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 2007년 세드릭 바워스
한화는 외국인선수제도 도입 이후 타자 쪽으로는 재미를 많이 봤다. 1999년 제이 데이비스-댄 로마이어 쌍포를 앞세워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외국인투수로는 큰 재미를 본 선수가 드물다. 2008년과 2009년 한화의 뒷문을 지킨 브래드 토마스와 올해 돌풍을 몰고 온 대니 바티스타가 쏠쏠한 활약을 보였을 정도다.
선발투수 가운데는 2007년 뛰었던 세드릭이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세드릭은 28경기에 등판, 158⅓이닝 11승 13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충분히 재계약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한화는 구대성의 무릎 수술로 마무리 자리가 비게 되자 세드릭을 내보내는 대신 토마스를 영입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난 세드릭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메이저리그에 재진입해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 넥센 히어로즈/현대 유니콘스 : 2005~07 마이키 캘러웨이
넥센과 현대를 모두 합쳐봐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되었던 1998년부터 올해까지 두 명의 투수를 쓴 경우는 2001년(케리 테일러, 오스카 엔리케스), 2002년(다리오 베라스, 멜키 토레스), 2010년(애드리안 번사이드, 크리스 니코스키) 단 3년 뿐이다. 전통적인 투수 왕국이었던 덕분에 투타 한 명씩 외국인선수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원투펀치는 없지만, 훌륭한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투수는 있었다. 특히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활약한 캘러웨이는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2005년 현대에 들어온 캘러웨이는 32경기 197⅔이닝 16승 9패를 기록하더니 이듬해에는 27경기 166⅓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2.87로 활약했다. 그렇지만 이듬해 캘러웨이는 11경기 56이닝 2승 6패 평균자책점 4.18로 부진하며 한국을 떠났다.
- 결론 : 이처럼 두 명의 외국인투수가 같은 해에 활약을 펼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가장 많은 정규시즌 승리를 합작한 쪽은 2007년 두산의 리오스-랜들이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끈 건 2006년 삼성 브라운-하리칼라와 2009년 로페즈-구톰슨이었다.
2006년 삼성은 바로 전 해 우승 전력을 이어받은 가운데 불펜의 활약으로 우승을 차지했다면 2009년 KIA의 두 외국인투수는 직전해 6위였던 팀을 1위까지 끌어올리며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차지했다. 그런 점에서 로페즈-구톰슨 원투펀치가 역대 최고의 원투펀치라고 감히 말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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