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진정으로 박찬호를 원하는 걸까.
'코리안특급' 박찬호(38)의 한국프로야구 복귀 문이 열렸다. 한화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특별법을 통과시킨 덕분이다. 그러나 정작 특별법을 통과시킨 뒤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표면적으로 몸값 때문이다. 공식적인 첫 만남은 19일로 예정돼 있지만 구단에서는 그의 몸값을 현실적인 수준에 맞추고 있다.
한화 구단 고위 관계자는 "박찬호가 내년이면 마흔이다. 현실적인 수준에 맞춰 계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밑바탕에는 '과연 박찬호가 얼마나 잘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깔려있다. 성적을 내는 게 최우선인 프로야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의문이다. 우리나이 마흔살의 투수에게 고액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박찬호가 확실한 전력이 되리라고 장담할수 없기 때문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화가 대승적 차원에서 앞장 서 특별법을 통과시킨 만큼 박찬호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박찬호의 기량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김태균처럼 두 팔 벌려 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선뜻 환영 의사를 못 나타내고 있다. 구단과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고 현실적이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한 야구인은 "박찬호가 워낙 큰 선수이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 않고, 혹여라도 팀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의 코칭스태프가 느낄 애로사항을 이해했다.
그러나 또 다른 야구인은 "벌써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 현장에선 아마 부담을 느낄 것이다. 김태균·송신영에 박찬호까지 왔으니 기본 4강에 우승까지 노려야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한화는 아직 약한 팀이다. 당장 한화가 '이 팀보다 확실하게 낫다'고 할 만한 팀이 얼마나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박찬호는 확신할 수 없어도 기대를 걸어 볼 만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야구인은 "코칭스태프에서 부담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즐겨야 한다. 멤버가 좋아졌으니 한 번 신나게 해보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팀워크를 다져야 한다"며 "박찬호에 대해서도 한화 스스로 기대되고, 설레이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야구인도 "목표를 크게 잡는 건 좋지만 벌써 우승을 이야기하며 부담을 주는 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이사회를 통해 별다른 대가 없이 박찬호 지명 허가를 받았다. "왜 굴러 들어온 전력을 걱정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등 떠밀려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분위기를 만드는 건 구단 몫이다. 이왕 벌여 놓은 일, 잘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긍정적으로 환영하지 못하면 '박찬호 효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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