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이라는 영화를 보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말 중 한 마디가 있다.
'볼은 절대 치지 마라'. 이 영화에서 선수들은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하면 볼넷을 골라서라도 출루해 점수로 연결시킨다. 그러나 볼넷을 골라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선수에게 공을 파악하는 좋은 선구안이 필요하다.
2011 시즌 최고의 선구안은 KIA 타이거즈의 '새 신랑' 이용규(26)다. 이용규는 올해 111경기에 나서 140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3할3푼3리로 맹활약했다. 특히 63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33개를 당하는 데 그쳤다. K/BB지수(피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0.52에 불과해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낮다. 이용규는 커트의 달인이지만 나쁜 공은 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예리한 볼넷의 제왕은 장성호(34, 한화)다. 그는 올 시즌 타율이 2할4푼4리에 불과하지만 출루율은 3할7푼9리에 이른다. 올 시즌 81개의 볼넷을 기록해 리그 전체 타자 중 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베테랑다운 골라내기 능력을 과시했다. 삼진도 66개를 당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볼넷이 워낙 많은 탓에 K/BB지수 0.81로 규정타석 충족 선수 가운데 선구안 2위에 올랐다.
두산의 김동주(35)는 120경기에서 116안타 66볼넷 54피삼진의 성적을 올렸다. 타율은 2할8푼6리, 출루율은 3할9푼3리, K/BB지수 0.82를 각각 기록했다. 이어 김선빈(21, KIA)도 올 시즌 98경기에서 삼진 42개를 당하는 동안 50개의 볼넷을 얻어내 높은 출루율(.380)을 보였다.
위의 선수들을 보면 볼을 골라내고 삼진을 피하는 능력은 곧 높은 출루율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선구안 1위인 이용규는 타율(.333)에 비해 출루율(.427)이 약 9푼이나 높다. 올 시즌 4할3푼3리로 출루율 전체 1위를 차지한 거포 이대호(29, 오릭스)도 큰 스윙탓에 피삼진이 많을 것 같지만 피삼진 대 볼넷의 비율이 60 대 63으로 좋은 공을 골라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출루율은 바로 빈 단장이 타자를 뽑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안타든 볼넷이든 어떻게든 나가면 산다. 위 선수들은 한국형 '머니볼'에 가장 가까운 타자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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