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사이드암' 박현준(25, LG 트윈스)이 지난 10월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2개월여 만에 다시 공을 잡았다. 일단 첫 느낌은 매우 좋은 듯하다.
박현준은 올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투수로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LG 마운드에서 대들보와 같은 역할을 했다. '에이스' 봉중근(31)이 갑작스럽게 왼 팔꿈치 인대 파열로 자리를 비우자 박현준은 선발 로테이션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에이스 자리까지 대신했다.
박현준은 시즌 초 7승1패를 기록하며 다승 부문 단독 1위를 달리는 등 LG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체력 저하를 보이며 13승10패 평균자책점 4.18로 마감했다. 팀 내에서 최다승을 거둔 박현준은 지난 14일 연봉 협상에서도 1억 3,000만원에 사인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박현준은 잠실 LG 실내연습장에서 가볍게 캐치볼을 시작했다. 보통 투수들은 시즌을 종료한 뒤 어깨와 팔꿈치 보호를 위해서 공을 던지지 않는다. 박현준은 "처음으로 캐치볼 해봤는데 어깨나 팔꿈치에 통증도 없고 팔도 부드럽다."라며 좋아했다.
무엇보다 박현준이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느낌이 좋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박현준은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57⅔이닝이 최고였던 박현준은 올 시즌에만도 무려 163⅔이닝을 소화했다. 올 시즌 투수 전체를 통틀어서도 9위에 해당한다.
박현준은 뭉친 팔과 어깨 근육을 풀기 위해 최대한 자주 마사지를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도 부드럽게 하고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투수는 팔로만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하체를 이용한 만큼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 오르며 좋은 공기도 마시고, 내년 시즌에 대한 구상도 하면서 하체 근육까지도 함께 풀었다.
LG는 내년 시즌 박현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봉중근이 재활을 마치고 1군에 복귀하려면 후반기는 되어야 가능하다. 그때까지 박현준이 올 시즌과 같이 두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29), 레다메스 리즈(28)와 함께 팀을 LG 마운드를 이끌어야 한다.
마무리 송신영이 자리를 비우면서 공석이 되면서 박현준이 마무리 투수로 전향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박현준은 "당장 내년시즌에 마무리 투수를 해보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해보면 좋겠다는 의미였다"면서 "뭐든 좋다. 팀에서 나에게 필요로 한다면 할 것"이라며 팀을 위한 무한한 책임감을 보여줬다.
많은 공을 던졌지만, 몸 상태도 좋고, 표정도 밝은 박현준. 내년 시즌에도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낙차 큰 포크볼로 삼진을 솎아낸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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