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 훈련지, 왜 일본이 아닌 미국인가?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2.18 12: 18

한국프로야구 구단들의 전지훈련지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KIA가 18일 2012 스프링캠프지로 일본이 아닌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시로 확정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넥센을 제외한 모든 구단이 한국과 가까운 일본에 캠프를 차렸다. 그러나 하나둘씩 미국을 택하더니 올겨울에는 무려 KIA, SK, 두산, 넥센, NC, 한화까지 무려 6개 팀이 미국으로 넘어간다. 롯데, 삼성, LG만 일본과 사이판 등에 캠프를 차린다.
그렇다면 불과 1년 사이에 왜 갑자기 구단들은 일본이 아닌 미국으로 캠프지를 옮긴 것일까.

지난 1984년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프로야구팀 최초로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당시 삼성은 스타 선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들에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마라'는 뜻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 유니콘스도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에서 캠프를 차리며 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OSEN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를 거쳐 미국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지를 찾았다. 그러면서 지난 3월 10일 '한미일 스프링캠프, ML 불펜 피칭장은 다르다?'라는 기사를 보냈다. 한 달 가까이 일본과 미국을 돌면서 느낀 점은 미국이 스프링캠프 훈련하기에 일본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었다.
▲일본, 지진-화산재-바람 때문에 훈련이 힘들다?
지난해 두산 선수들은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훈련장 너머 보이는 높은 산에서 뭔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비롯해 야구장 주변은 검게 변해버렸다. 여전히 휴지기인 일본 화산이 끌어 오르면서 분출 직전까지 갔다. 이 모습을 본 선수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화산은 폭발하지 않았지만, 화산재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삼성, LG 선수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LG 선수들은 지난 2010년 2월 쓰나미 경보에 깜짝 놀랐다. 잠을 자고 있던 선수들은 새벽에 호텔이 울린 경보음을 듣고 허겁지겁 1층으로 뛰어 내려왔다. 호텔이 흔들릴 정도의 지진에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 잠을 자다 황급히 피했다.
보통 한국 구단들이 일본은 오키나와, 미야자키, 가고시마에 스프링캠프지를 차린다. 두세 곳에 몰려 있는 것은 2월 중순 이후 연습경기를 위함이 크다. 그러나 기온은 20도 전후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 기온은 이보다 낮게 느끼는 날도 꽤 있다. 여기에 비도 자주 내려 실내 연습장이 있지 않은 이상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미국은 어떨까. 지난 2월 23일 애리조나를, 3월 1일에는 플로리다를 찾았다. 애리조나는 사막 지역답게 날씨가 매우 좋았다. 비가 내린 뒤에는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일본 오키나와보다 날씨는 확실히 좋다는 느낌이었다. 플로리다 날씨는 더 좋았다. 플로리다는 한국으로 치면 한여름에 가까울 정도로 따가운 햇빛이 쨍쨍했다. 그러나 습기가 높지 않아 훈련하는데 최고의 환경이었다.
▲일본은 경기장 1개, 미국은 최대 6개까지 가능
일본은 보통 야구장 1면에 운이 좋으면 실내연습장을 활용할 수 있다. LG는 이시카와 시민구장을 이용하고 있다. 훈련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정식 경기를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이 때문에 연습 경기는 주로 원정팀 연습장을 활용한다. 다행히 실내 연습장이 있어 비가 와도 훈련은 무리 없이 소화한다.
반면 미국은 실내 훈련장은 물론이고 최대 무려 6면을 사용할 수가 있다. 지난 2,3월 메이저리그 12개 팀의 훈련장을 찾았다. 하나같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시설들이 우수했다. 추신수가 뛰고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애리조나주 굿이어 시에 스프링캠프장을 차렸다. 굿이어시는 스프링캠프장을 건설하는데 무려 1,223억 원을 썼다. 1만 석 규모의 메인 경기장은 물론이고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가 각각 6면씩 총 12개 면의 야구장을 건설했다.
일본에서 훈련하는 한국 팀들은 아침 8시부터 훈련을 시작해 오후 5시 정도에 숙소로 돌아간다. 저녁을 먹은 뒤 또다시 버스를 타고 야구장으로 나와 야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투수들은 호텔 근처에서 쉐도우 피칭을 한다. 훈련 시간이 무려 12시간에 가깝다. 반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일정은 매우 간결했다. 아침 8시부터 훈련을 시작해 오후 1,2시면 모든 훈련은 끝났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일본은 야구장이 1면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타자들은 공 10개 정도를 치기 위해서 1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공을 맘껏 치고 싶어도 줄이 길어서 칠 수가 없다. 타격 훈련 때에는 수비 훈련은 불가능하다. 반면 클리블랜드 훈련을 보면 야수들이 6개의 야구장을 고루 사용하고 있었다. 6개의 야구장 가운데 4개는 타격 훈련장, 1개는 외야 수비 훈련장, 나머지 1개는 내야 수비 훈련장이었다. 6개 그룹으로 나뉜 선수들은 4개의 타격장에서 우완투수, 좌완투수, 직구 위주의 피칭,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모두 경험한다. 그러다 중간마다 수비 훈련도 소화한다. 훈련 시간은 타격과 수비 훈련 시간은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일본에서 훈련하는 한국 구단들보다 훈련량은 훨씬 많았다.
이를 대변하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지난 3월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 넥센 스프링캠프장을 찾았다. 김시진 감독은 "훈련장이 정말 많아서 좋다."라며 웃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달랐다. 선수들은 "연습할 장소가 너무 많아서 쉴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훈련한다."라며 힘들어했다. 그러면서 "일본보다 미국이 훈련만 하는데 좋다."라고 말했다.
▲'엔고' 때문에 먼 미국과 별 차이 없다
스프링캠프는 보통 40여 명의 선수단이 45일 가까이 외국에 머물기 때문에 그 비용 역시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환율이 스프링캠프 결정에 조금은 영향을 끼친다. 구단들은 스프링캠프에 대략 10억 원 정도의 비용을 기꺼이 쓴다. 경기장 이용시설 및 항공료, 호텔 숙박료, 식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18일 현재 미국달러 환율은 1달러당 1,157원이다. 반면 일본 엔화는 100엔이 1,485원이나 된다. 지난 1월 17일 1달러는 1,117원인 반면 엔화는 1,346원이었다. 엔화는 무려 140원 가까운 금액이 오르면서 구단들은 일본에서 캠프를 차리는 것보다 미국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에는 지금과 같이 미국에 스프링캠프를 많이 차렸다. 그러나 1997년 IMF를 맞으면서 달러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 훈련지도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바뀌었다.
스프링캠프는 팀의 1년 농사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프링캠프 동안 어떻게 몸을 만들고 훈련을 하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그 해 성적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단 성적과 직결된다. 여러 측면을 놓고 고려해 봤을 때 일본보다 미국이 더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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