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호쾌한 소리와 함께 공은 날아가고 타자는 뛰기 시작한다. 1루를 돌 때까지 야수들은 공을 찾고 있고 타자는 더 날렵해진 발걸음으로 2루, 3루를 향한다.
타력의 꽃은 2루타 이상의 장타다. 올 시즌 8개 구단 타자들이 때려낸 안타 9409개 중 장타는 2494개에 불과하다. 26.5%의 확률. 그중에서도 장타의 정수는 시원한 한 방, 홈런이지만 가장 보기 드문 것은 바로 3루타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2루타 1562개, 홈런 770개가 터지는 동안 3루타는 단 162개에 그쳤다.
보통 장타는 힘을 의미한다. 올 시즌 홈런 1,2위를 차지했던 최형우(삼성, 30개)와 이대호(전 롯데, 27개)는 모두 거포형 타자다. 2루타의 경우도 1위 전준우(롯데, 38개)를 잇는 2위와 공동 3위가 최형우(37개), 최준석(두산, 26개), 이대호(26개) 순으로 '한 덩치' 하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3루타의 경우는 다르다. 깊숙이 빠지는 안타더라도 웬만한 달리기 속도로는 공보다 더 빨리 3루에 도착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3루타 순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파워보다는 빠른 발로 승부하는 타자들이다.
올 시즌 가장 많은 3루타를 때려낸 타자는 정수빈(두산, 8개)이다. 정수빈은 175cm, 70kg으로 체격은 비교적 여린 편이지만 '허슬두'의 젊은 피답게 많은 3루타를 만들어냈다. 정수빈은 도루부문에서도 31개로 전체 4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임훈(전 SK)은 올 시즌 93경기 281타석에 들어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6개의 3루타를 때려내며 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임훈은 주전 선수는 아니었지만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외야 수비력을 인정받아 시즌 후 이승호의 FA 보상선수로 롯데에 지명됐다.
3루타 5개로 공동 3위를 차지한 이종욱(두산), 손아섭(롯데), 전준우, 이대형(LG) 역시 모두 호타준족임을 자랑하는 선수들이다. 1위부터 공동 3위까지 6명의 선수들이 모두 수비 범위가 넓은 외야수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반면 올 시즌 무려 6할1푼7리로 장타율 1위를 차지한 최형우는 3루타 3개로 공동 13위에 겨우 이름을 걸쳤다. 안타 1위 이대호도 올 시즌 176개의 안타 중 3루타는 1개에 그쳤다. 결국 3루타는 힘보다는 발로 승부해야 하는 기록임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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