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암흑기를 지켰던 통산 100승(103승) 투수. 오랜 부상과 재활의 질곡으로 인해 방출 칼날을 피하지 못한 베테랑을 바라보는 감독의 눈빛은 따뜻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입단 테스트를 거친 베테랑 우완 손민한(37)의 재기를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NC는 지난 17일 제주도 2차 마무리훈련을 마쳤다. 트라이아웃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단을 꾸린 NC는 기존 프로 구단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선수들을 추가로 영입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바로 손민한.
1997년 롯데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부상-재활 과정을 거치고 1999년 포스트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힘을 보탠 손민한은 지난 11월 자유계약 방출되기 전까지 통산 103승72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을 올렸다. 2005년에는 18승을 올리며 다승왕-MVP를 따내는 등 롯데의 암흑기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오른 어깨 회전근 부상으로 고전하며 손민한의 암흑기가 찾아왔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후 첫 해이던 2009시즌 손민한은 제대로 된 몸 상태가 아님에도 부상을 숨기고 등판하다 결국 6승을 거두고 1군 무대에서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1군과 함께 따라다니기는 했으나 선수단 맏형의 자격이 컸고 올 시즌에는 시범경기서 재기를 꿈꿨으나 부상에 다시 발목 잡혔다.
2년 간 1군 기록이 없던 손민한을 기다린 것은 자유계약 방출 통보. 선수협의회 회장직에서도 물러났으나 재기를 노리며 가장 쌀쌀한 겨울을 감수하고 있는 손민한은 NC의 제주도 마무리훈련 막판 합류해 테스트를 받았다. 김 감독은 일단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개인으로서도 바라보는 손민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메디컬테스트에서 이상이 없다면 손민한은 NC와 입단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오랫동안 타 팀 코칭스태프 입장으로 상대했으나 그래도 민한이는 내게도 야구 후배다. 단순한 야구 후배가 아니라 과거 대단한 족적을 남긴 투수다. 선수 본인도 재기하고 싶다는 의지가 대단하더라. 야구 선배로서 손민한의 재기를 돕고 싶다".
구단 입장에서 손민한의 가세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통합창원시를 연고로 2013년 1군에 가세할 NC에서 손민한이 재기한다면 부산광역시를 연고로 하는 롯데와의 '부창 시리즈'에는 엄청난 호재가 될 수 있다.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한 신생팀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며 손민한의 풍부한 경험은 기존 구단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경기 경험이 적었던 NC 젊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가능성이 크다. "다시 어깨가 아프지 않다면"이라는 조건에 합당할 경우 손민한은 공룡 군단의 맏형으로 새 야구인생을 쓴다.
사실 김 감독과 손민한은 2003년 말 같은 팀에서 함께할 수 있었다. 당시 롯데가 양상문 신임감독을 선임하면서 김 감독이 롯데 수석코치로 옮겨갈 뻔 했으나 두산 지휘봉을 잡으면서 손민한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이어지지 않았다. 고려대 동문이기도 한 김 감독과 손민한의 인연은 과연 NC에서 제대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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