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주장 아닌데 다 주장이라고 부른다".
'적토마' 이병규(37, LG 트윈스)가 요즘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동료 선수들을 포함한 구단 관계자들도 그를 보면 "주장님, 잘 부탁해요" 또는 "캡틴, 내년에 기대할게요"라는 인사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잠실구장에 나온 이병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몸을 만들었다. 이제 한달 뒤면 시작될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기 위해서 자율적으로 나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병규는 "이상하게 사람들이 벌써부터 나만 보면 주장이라고 말한다"면서 "아직 투표도 안 해서 누가 될지 모르는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LG는 지난 2010시즌부터 2년 동안 박용택(32)이 주장 완장을 찼다. 박용택은 2년 동안 성실히 자신의 임무를 맡으며 선수단을 위해 희생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선수단과 충분한 소통으로 마음으로 함께 했다.
그러나 박용택이 더 이상 주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고픈 마음도 있었고, 새롭게 김기태 감독이 부임하면서 자율 주장 선임 제도를 하면서 이병규와 이진영이 최종 주장 후보가 됐다.
LG는 1월 초 신년회에서 선수단, 코칭 스태프, 구단 프런트까지 참여하는 주장 선거 투표를 통해 2012시즌 주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병규는 주장을 하고 싶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나타냈다. 이병규는 7년 전인 지난 2004년 30살의 나이에 주장 완장을 찬 경험이 있다.
"2004년에 주장을 했는데, 그 때는 어르신들이 너무 많았다. 완전 힘들었다"라며 웃음을 보인 이병규는 "아무래도 당시에는 보조 역할만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주장이 되면 고참으로서 신경도 더 많이 써야 할 것 같다"라며 "우리 80클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규가 말한 '80클럽'이란 LG 선수단 가운데 유독 많은 1980년생들을 가리킨다. 80클럽에는 주장 후보인 이진영을 비롯해 정성훈, 김광삼, 봉중근 등이 있다.
이에 대해서 또 다른 주장 후보인 이진영 역시 "(이)병규 선배가 우리 팀의 최고참으로서 선수단을 잘 이끌어줬다"면서 "나 역시도 주장 후보이기는 하지만 병규 선배가 주장을 하면 80클럽이 뒤에서 후배들까지 잘 챙기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이병규에게 힘을 실어줬다.
아직 투표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사실상 이병규의 주장은 확정되어 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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